"3회까지만 무실점으로 막아줬으면 좋겠다."
두산 베어스 송일수 감독에게 경기 전 선발투수에 대한 기대치를 물었을 때 항상 들을 수 있는 답이다. 송 감독은 언제나 "3이닝"을 외친다. 경기 초반 흐름이 선발투수의 이닝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선발투수가 3회까지 별 문제 없이 막으면, 4~6회까지 쉽게 끌고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2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도 송 감독은 최근 부진한 볼스테드에 대해 "3회까지만 무실점으로 막아줬으면 좋겠다"며 "최근 공이 나쁘지 않은데 맞으면서 본인도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그동안 시간이 있어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많이 했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선발투수에 대한 고민이 크다. 노경은이 거듭된 부진 끝에 불펜으로 강등됐고, 지난해 혜성처럼 떠오른 좌완 유희관도 부진에 빠졌다. 볼스테드는 한창 좋은 흐름을 타다 다시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에이스 니퍼트마저 들쭉날쭉하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투수진에 과부하가 걸린다. 선발에게 긴 이닝을 맡기지 못하면서 불펜투수들이 소화할 이닝이 많아졌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불펜진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게 되면서 정작 필요할 때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나마 11일 경기가 우천취소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송 감독은 전날 선발로 예고됐던 5선발 이재우에 대해 "삼성전에 나갈 것이다. 이번주 선발은 4명으로 간다"며 "노경은을 대신할 선발투수는 다음주에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원정팀 덕아웃에는 여유가 넘쳤다. NC는 올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가장 강력한 선발야구를 하는 팀이다. 찰리, 에릭, 웨버로 이뤄진 외국인선발투수 3명이 모두 '이닝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토종 에이스 이재학이 부진을 털고 일어났고, 5선발 이민호도 재정비를 마치고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NC의 선발야구에 대해 "우리 팀은 선발투수 다음에 나오는 투수들이 선발보다 좋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선발들을 길게 가져가고, 7~9회는 타자에 따라 불펜투수들을 번갈아 가면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마운드 걱정이 없겠다는 취재진의 말에 "지금 잘 하고 있어도 걱정은 있다. 잘 버티고 있을 뿐"이라며 웃었다. 이어 "초반에 손민한이 안 좋으면 원종현이 잘 던졌고, 요즘 종현이가 안 좋은데 민한이가 또 잘 던져주고 있다. 다행히 안 좋은 선수가 있을 때, 다른 선수가 잘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발야구에 대한 장점은 분명하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 한 명이 무너지면, 그 자리를 다른 선수로 바꿀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중간투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게 크다"며 "우리는 다행히 불펜진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임창민을 내린 것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팀의 처지는 상반돼 있다. 2위 NC와 공동 3위 두산과의 승차도 어느새 5.5게임차까지 벌어졌다. 극심한 타고투저로 논란이 되는 올시즌, 선발야구의 강점이 더욱 돋보인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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