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대표팀의 중앙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이를 악 물었다. 지난 5월 28일 튀니지와의 국내 마지막 평가전에서 왼발 등 부상을 한 홍정호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인 러시아전 출전을 자신했다.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 심리적 불안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다. 그 배경에는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의 진심어린 조언이 있었다.
홍정호가 12일(한국시각)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이구아수의 페드로 바소에서 가진 첫 훈련을 소화한 뒤 "통증은 아직 있지만 나도 감독님처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홍정호가 홍 감독을 언급한 이유는 훈련 전에 열린 홍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 때문이다. 홍 감독은 홍정호의 러시아전 출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실 통증이 없어지려면 한 달 이상은 쉬어야 한다. 지금은 의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다. 뼈에 타박을 입었기에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한다. 홍정호에게 내 경험을 충분히 얘기해줬다. 2002년 월드컵 직전 홍정호와 같은 부상을 했다. 훈련을 1주일 이상 쉬었다. 3일동안 아파서 걸어다니지 못했다. 월드컵까지 그 통증을 안고 뛰었다. 홍정호도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경기를 나서는데 문제 없을 것이다."
홍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프랑스와의 마지막 평가전(2대3 패)에서 후반 19분 발등 뼈를 다쳐 교체 아웃됐다. 월드컵 본선을 바로 앞두고 '캡틴' 홍명보가 부상을 하자 모든 관심은 그의 첫 경기 출전 여부에 쏠렸다. 그러나 홍 감독은 통증을 이겨내고 본선 7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한국의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12년이 지난 2014년, 홍정호가 같은 당시 홍 감독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 부상 회복 속도도 비슷하다. 홍정호는 부상 이후 1주일동안 재활에 매진한 뒤 지난 6일부터 대표팀 휸련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10일 열린 가나와의 최종 평가전에도 후반에 교체 투입돼 부상 이후 첫 경기를 소화했다. 부상 공백으로 인해 컨디션은 100%가 아니었다.
결국 홍정호의 상태를 지켜보던 홍 감독은 마이애미에서 홍정호를 불러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고, 홍정호는 불안했던 심리에 안정을 되찾게 됐다. 홍정호는 "감독님도 그런 경험을 하셔서 내 마음을 잘 알고 계신다. 감독님 말씀처럼 통증을 안고 가려고 한다. 감독님이 부상 이후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러시아와의 첫경기에 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제2의 홍명보'로 불리는 홍정호의 생애 첫 월드컵과 홍 감독의 2002년 월드컵 준비 과정이 여러모로 닮아 있다. 12년 전 삼켰던 인내의 고통을 전한 홍 감독의 조언이 '애제자' 홍정호의 정상궤도 진입을 이끌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구아수(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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