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펠로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러시아 취재진이 '선수들이 한국을 너무 모른다'는 질문에 발끈했다. "상대 선수들의 이름까지 일일이 외울 필요는 없다." 그는 "한국과는 예전에 경기를 치른 바 있다"며 "선수들이 그 팀(한국)의 특징을 알면 족하다. 우리는 잘 준비됐다. 최적의 컨디션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기자회견에 나선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재치로 맞받아쳤다. "한국식 이름이 외국인 입장에서 외우긴 어려울 것이다(웃음)."
두 지도자는 현역시절 아시아와 유럽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4번이나 월드컵 무대에서 뛰었던 홍 감독은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명을 얻으며 태극전사 투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카펠로 감독은 AC밀란과 유벤투스, AS로마 등 이탈리아 세리에A를 대표하는 명문팀에서 화려한 현역시절을 보냈다. 지도자로 걸어온 길은 다르다. 당초 행정가를 꿈꾸던 홍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을 통해 지도자의 길에 입문했다. 이후 2009년 이집트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을 거쳐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차분하게 경험을 쌓았다. 반면 카펠로 감독은 AC밀란 수석코치를 거쳐 곧바로 감독으로 승진해 유벤투스와 로마 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잉글랜드 대표팀 등 '비단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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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색깔은 기자회견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홍 감독은 쏟아지는 질문에 차분하게 답하면서 결전 준비를 마쳤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내일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동안 많이 부족했으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변의 무관심한 시선에 대해선 "무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카펠로 감독은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기자회견 분위기를 주도했다. 훈련 초반 20분 공개에 길들여진 러시아 취재진의 날선 물음에 유연하게 받아쳤다. 이고리 데니소프 대신 바실리 베레주츠키를 주장으로 선임한 이유에 대해선 "영어를 잘하는 만큼 심판과 소통이 잘 될 것 같아서"라고 대답해 실소를 자아냈다. 선수단 통제에 대해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양날의 검이다. 한달만 참으라고 했다. 그 뒤엔 집에서 미친듯이 하지 않겠느냐"고 미소를 지었다.
승리에 대한 의지는 같았다. 홍 감독은 "카펠로 감독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기 때문에 러시아 대표팀에 (긍정적) 영향은 있을 것으로 본다. 존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해 특별히 신경쓰진 않는다"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카펠로 감독도 "우리는 철저히 준비했다. 본선에 오르기 위해 최상의 준비를 했고, 컨디션도 최고다. 자신있다. 상대팀들은 우리가 아주 좋은 팀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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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는 전쟁이다. 승패의 명암은 하루 뒤 갈린다. 두 사령탑은 이미 칼을 빼들었다. 쿠이아바(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