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가장 좋은 감각이었다"는 그의 말은 진짜였다.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타자 이승엽이 또 결정적인 홈런을 날렸다.
이승엽은 1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9-9로 맞선 연장 10회초 전세를 뒤집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의 결승타다. 삼성은 이승엽의 홈런으로 10대9 승리를 거뒀다.
이틀 간 무려 4개의 홈런을 생산해냈다. 이승엽의 전성기 시절 전매특허였던 '몰아치기'가 되살아났다. 이승엽은 전날 SK전에서 '3연타석 홈런'의 괴력을 뿜어낸 바 있다. 특히 이 '3연타석 홈런'은 이승엽이 한국 리그에서는 역대 처음으로 기록한 '한 경기 3연타석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이전에 한국에서 두 차례 '3연타석 홈런'을 달성했는데, 모두 2경기에 걸친 것이었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에는 한 차례 '한 경기 3연타석 홈런'을 달성했다. 2009년 9월 16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와의 원정경기에서 3회와 4회, 6회에 3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전날 경기를 마친 이승엽은 "특히 세 번째 홈런의 감각이 무척 좋았다. 나 조차도 '어떻게 이런 스윙을 할 수 있었을까'하고 의아해 할 정도였다. 최근 수 년 동안 제일 좋은 느낌이었다"는 말을 했다. 타자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스윙이 최적화됐다는 뜻이다. 이승엽은 "이제는 몰아치기가 나와야 한다"는 말을 했다. 홈런 감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 각오를 이날 연장전 마지막 타석에서 지켰다. 앞선 세 타석에서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한 이승엽은 경기가 연장으로 돌입한 10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했다. 마운드에는 SK 네 번째 투수 진해수가 서 있었다. 초구는 볼. 이승엽은 2구째를 노렸는데, 헛스윙이 됐다. 3구째 역시 파울. 볼카운트가 1B2S로 불리해졌다.
그러나 이승엽은 노련했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참을성있게 4구째 볼을 골라냈다. 이 상황에 대해 이승엽은 "무조건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나갔다. 볼카운트가 조금 몰렸지만, 위축되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노련한 타자는 자신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 또 볼카운트가 불리해졌을 때는 어떻게 승부해야 하는 지를 모두 안다. 이승엽의 말에는 이 비결이 담겨있다.
2B2S는 승부타이밍이다. 진해수는 5구째 슬라이더(시속 133㎞)를 던졌는데, 코스가 높았다. 타격감이 절정에 오른 이승엽이 이를 놓칠리 없다. 날카롭게 휘두른 배트에 걸린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었다. 비거리 115m짜리 홈런. 이승엽의 시즌 14번째 홈런이다. 이걸로 이승엽은 지난해 홈런수(13개)를 넘어섰다.
더불어 이승엽의 한방은 경기 중반 이후 불펜의 난조로 오히려 승기를 내준 듯 했던 삼성에 귀중한 승리를 선물했다. 이승엽의 결승 홈런 덕분에 삼성은 4연승을 내달리며 NC 다이노스에 2경기 차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결승 홈런을 날린 이승엽은 "홈런을 노리고 자신있게 배트를 돌렸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좋은 스윙을 했다는 점이 기분좋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같은 경기를 내주면 팀이 타격을 입기 때문에 꼭 이겨야 했다"고 홈런에 초점을 맞춘 이유를 밝혔다. 그래서인지 이승엽은 "어제 친 홈런 3개보다 오늘 친 홈런이 더 기분좋다"고 했다. 연장전 결승홈런의 가치는 그만큼 크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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