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랑 할 때는 좀 살살 해라."
15일 부산 사직구장 1루쪽 홈팀 덕아웃.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경기 전에 인사차 덕아웃을 찾은 넥센 히어로즈 코치들에게 던진 말이다.
김 감독은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 사령탑을 거쳐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간 넥센을 이끌었다. 누구보다 히어로즈 코칭스태프,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이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해 히어로즈의 코치 대다수가 김 감독을 보좌했던 이들이다. 물론, 현재 히어로즈 주축 선수들도 김 감독 시절에 함께 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팀, 친정팀 같은 히어로즈지만 김 감독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것 같다.
지난 해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롯데는 히어로즈에 고전했다. 지난 시즌에 6승10패로 열세를 보였다. 승률 3할7푼5리. 롯데가 4강에 들지 못한 가운데, 히어로즈는 페넌트레이스 3위로 창단 첫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김 감독 시절 하위권을 맴돌았던 히어로즈가 염경엽 감독 체제로 맞은 첫 해에 4강에 올랐으니 심적인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올 해도 롯데는 히어로즈에 약세다. 지난 4월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3연전에서 1승2패를 기록한 롯데는 5월 사직구장에서 열린 3연전에서 2승1패를 거뒀다. 3승3패.
하지만 균형은 오래가지 않았다. 7월 1~3일 목동 3연전에서 히어로즈에 스윕패를 당한 것이다.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9대10 1점차 패배를 당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3승6패. 5연승 중이던 롯데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히어로즈다. 더구나 롯데는 히어로즈전에 앞서 지역 라이벌 NC 다이노스에 스윕승을 거둔 상황이었다. 2연승 중이던 히어로즈는 롯데전 스윕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다보면 팀 사이클도 있고, 투타 밸런스가 안 맞을 때가 있다. 그런데 롯데는 유독 히어로즈만 만나면 경기가 꼬였다. 김 감독이 히어로즈를 잘 알고 있는 것 만큼, 김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히어로즈다. 지금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히어로즈 공포증'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감독은 "히어로즈만 만나면 부담이 생긴다. 이유는 말을 안 해도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4위 경쟁 중인 롯데가 포스트 시즌에 나가려면 히어로즈전 부담부터 털어내야할 것 같다.
부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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