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처럼 뛰고 뛰고 또 뛰고…."
23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부산-수원전 전반 46분 수원 스트라이커 정대세의 발끝이 번쩍 빛났다. 월드컵 휴식기 직후 4경기에서 주전경쟁에 밀렸다. 단 1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산전에선 후반 46분 인저리타임 투입됐다. 인천전에선 아예 벤치였다. 독을 품었다. 3경기만에 선발로 나선 정대세는 전반 종료직전 서정진의 킬패스를 놓치지 않았다. 방심한 부산 수비라인을 뚫고 필사적으로 골을 밀어넣었다.
경기직후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후보선수'라고 칭했다. "베스트 멤버가 아니라 후보선수들이 나왔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오늘은 11명으로 이긴 것이 아니다. 후보선수도 팀을 이기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팀 전체의 승리"라고 말했다.
공격수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아는 서정원 수원 감독은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정대세의 심리를 꿰뚫었다. "3경기에서 선발에 빠지게 되면, 지고 못사는 정대세의 성격상, 자기가 빠져 있다는 것에 조바심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3경기까지 빠지다보니 어느 정도 자극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감독의 말대로 정대세는 독이 바짝 올랐다. 그러나 정대세는 '프로페셔널'이다. 감독을 원망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다. 당연히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내가 빠진 2경기에 팀이 승리했다는 사실이 기뻤다. 수원선수로서 연봉을 받으면서 거기 부합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으니까 구단에 미안했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1년에 한번쯤 이런 일이 생긴다. 크게 속상한 것은 없었다. 멘탈적으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로저가 잘하고 있고, 프로에게 경합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나빴다기보다 로저가 워낙 좋았다"고 인정했다. "라이벌이지만, 경기전에 서로 잘하라는 인사를 하고 골을 넣으면 당연히 축하한다. 서로 리스펙트 의식을 갖고 있다. 라이벌이라고 해서 좋지 않은 태도를 취해서는 안된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은 개인훈련이었다. "강아지처럼 뛰고 또 뛰고 또뛰었다"고 표현했다. "경기를 못뛰면 컨디션이 엄청 떨어지는 스타일이다. 선수들 중에 쉬면 좋아지는 경우가 있고, 쉬면 부러지는 선수가 있는데, 나는 부러지는 타입이다. 휴가 하루를 받더라도 운동을 한다. 이번에도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의식적으로 개인훈련에 몰입했다. 경기전날에도 '스프린트'했다. 오늘 골 장면에서 긴거리를 골대를 향해 뛰는 움직임은 준비의 결과"라고 말했다. '스프린트'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에게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피지컬 반복 훈련이다. 30m 3번, 50m 3번, 80m 3번씩 훈련 끝나고 나서 혼자 개인훈련을 했다. 일본과 독일에서 프로들은 쉬는 것도 훈련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어렸을 때부터 조총련학교에서 훈련하면서 강아지처럼 뛰어다녔다. 그래서 경기를 앞두고 쉬는 것보다 내게 맞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독한 승부사' 정대세의 인터뷰 마지막 코멘트가 귀에 맴돌았다. "강아지처럼 뛰고 또 뛰고, 또 뛰고…."
부산=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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