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건 9월 인천아시안게임이 병역을 마치지 않은 선수들의 군문제를 해결하는 대회가 아니란 점이다.
가장 우선해야 할 건 팀이다. 좋은 경기력을 통한 우승이 절대적인 목표이다. 군미필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딸 경우 주어질 병역특례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병역특례는 우승으로 일부 선수들이 누릴 개인적인 혜택에 불과하다.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야구대표팀이 일부 잘 하는 선수들의 군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일부 야구인들은 사실상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이 야구대표팀을 통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현재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졌다. 또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의 입지는 불안하다고 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는 우승을 하더라도 병역특례와는 무관한 대회가 돼 버렸다.
28일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확정 발표한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24명 중에서 병역미필 선수는 총 13명이다. 투수진에 차우찬(삼성) 유원상(LG) 한현희(넥센) 이재학(NC) 이태양(한화) 홍성무(동의대) 6명이다. 야수는 오재원(두산) 김민성(넥센) 손아섭 황재균(이상 롯데) 김상수(삼성) 나성범(NC) 나지완(KIA) 7명이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는 14명,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11명의 병역미필 선수들이 포함됐다. 도하아시안게임 때는 우승을 못 했고,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우승했다. 병역미필 선수의 숫자가
우승 여부와 직결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류중일 감독은 발표 이전부터 확정 발표 후 몇명의 선수가 논란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누굴 뽑아도 왈가왈부할 거라고 예상했다. 지금 화제의 중심에 선 세 선수가 있다. 발탁된 유원상과 탈락한 서건창(넥센·군필)이다. 그리고 김상수다. 팬들은 특별하지 않은 유원상을 왜 발탁했느냐고 따진다. 그리고 이번 시즌 2루수 중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서건창을 뽑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그리고 김상수를 '류상수'라고 부르면서 조롱하고 있다. 일부 야구팬들이 류중일 감독이 같은 삼성의 유격수 김상수를 너무 끼고 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김상수(타율 0.285, 43타점, 35도루, 8실책)의 올해 성적은 이번 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준수하다. 공수주에서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류중일 감독의 팔이 안으로 굽을 수는 있겠지만 김상수의 발탁을 두고 더이상 소모전을
펼칠 필요까지는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최종 엔트리를 보면서 대체적으로 무난한 선발을 했다고 평가한다. 류중일 감독과 기술위원회(김인식 위원장)가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물이라고 봤다. 가장 우선적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봤다. 그리고 소속팀을 두루 배려한 흔적이 많다. 또 동기부여를 위해 병역미필 선수를 고려한
측면도 보인다.
이제 이 선수들을 갖고 안방에서 금메달이란 모두가 원하는 열매를 따내는 일만 남았다. 선수 선발 잡음을 잠재우는 건 최고의 결과물이다. 그걸 위해 대표팀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병역특례다. 병역미필 선수들은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죽기살기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것이다. 이미 병역의 의무를 다한 선수들 보다 금메달 획득에 큰 욕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병역을 다한 선수와 미필자들의 융화(케미스트리)가 잘 이뤄져야 한다.
이번 최종 엔트리를 보면 투수 중에는 임창용 봉중근 같은 나이나 경험 면에서 후배들을 이끌 베테랑이 확실히 있다. 하지만 야수 쪽에선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만한 대표 리더가 안 보인다.
과거 전성기 시절의 이승엽을 두고 '병역 브로커'라는 수식어가 있었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 때마다 이승엽이 결정적인 홈런을 쳐서 후배들의 병역특례를 이끌었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대표팀은 병역특례의 굴레에 스스로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설령 동기부여가 된다고 하더라도 수면 아래로 꾹꾹 눌러 놓아야 한다. 경기력으로 아마추어로 팀을 꾸려 나오는 일본과 대만을 제압한 후 정상에 오른 뒤 병역특례를 받고 좋아해도 늦지 않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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