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고생해서 1위로 올라간 것은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 1위는 큰 의미가 없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말이다. 1위는 K-리그 클래식에서 뛰는 모든 팀들의 목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1위 타이틀이 '천덕꾸러기'가 돼 버렸다.
클래식 선두 싸움이 치열하다. 전북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99일만에 1위 자리가 바뀌었다. 3일 전북(승점 35)은 전남을 2대0으로 제압하며, 같은 날 수원에 1대4로 패한 포항(승점 34)을 제치고 선두로 뛰어올랐다. 1위 등극에 웃음을 감추지 못한 전북 팬들과 프런트의 반응과 달리 최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최 감독은 "예상보다 일찍 1위에 올라갔다. 8, 9월 일정을 보면 1위는 큰 의미가 없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더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2위로 내려온 황선홍 포항 감독은 오히려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부담을 최소화하고 경기가 많은 8월을 잘 견디느냐가 문제다. 올시즌을 좌우할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
우승후보들이 '이른' 1위를 꺼리는 이유가 있다. 지난시즌이 좋은 예다. 선두를 달리던 울산은 마지막 2경기를 넘지 못하고 2위 포항에게 우승을 빼앗겼다. 선두가 주는 부담감과 상대의 견제는 상당하다. 마라톤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마라톤에서는 페이스 메이커라는 선두주자가 있다. 우승을 노리는 선수는 페이스 메이커 뒤에서 바람을 피하며 페이스를 유지하다 막판 힘을 쏟아낸다. 장기레이스인 리그도 마라톤과 같다. '공공의 적'인 선두는 비바람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선두팀을 잡을 경우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가 죽기살기로 덤벼드는 것이 부담이다. 최 감독은 "일찍 선두에 올라서 매경기 상대의 견제를 받으면 피곤해진다. 1위를 상대하는 팀들의 집중력이 더 올라간다. 그래서 순위보다 부상자 없이 좋은 경기력과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클래식팀들이 평준화 되어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지난시즌 2팀이 강등되며 이른바 '승점 자판기'가 없어졌다. 확실히 잡을 수 있는 팀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매경기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최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처럼 언제든지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치고 올라가도 상관이 없다. 전북도 2011년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팀이었다. 원정에서도 이기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 지금은 다르다. 팀이 더 만들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경쟁팀들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다. 정신적으로, 전술적으로 준비가 더 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간 1위를 꺼리는 이유는 최후에 웃기 위한 치열한 머리싸움의 결론인 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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