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울산 현대 선수들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3월의 환희는 4월부터 어둠으로 변했다. 경기력이 뚝 떨어지면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리그 선두에서 스플릿A의 마지노선인 6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3년간 쌓은 공든탑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울산은 2011년 컵 대회와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K-리그 클래식 준우승 2회(2011년, 2013년) 등으로 다시 클래식 빅클럽의 면모를 갖춘 상태였다.
'위기 의식'이 추락하던 팀을 바꿔놓았다. 울산이 시즌 두 번째 연승에 성공했다. 울산은 9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클래식 20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남을 1대0으로 꺾었다. 34일 만에 6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전남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차(울산 +6, 전남 -1)에서 앞섰다.
수비 안정도 연승의 비결이다. 울산은 6일 FC서울전(1대0 승)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승리를 낚았다. 최근 5경기에선 무려 4경기가 무실점이다. 조민국 감독은 "후반기 수비 조직력이 많이 좋아졌다. 이젠 누가 출전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믿음을 보였다.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 팀 경쟁력을 키웠다. 그 동안 측면 수비에 약점을 보이던 울산은 서울전에서 주전 풀백 이 용과 김영삼이 나란히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그런데 공백을 메운 정동호와 이재원이 예상밖의 활약을 펼쳤다. 월드컵대표 출신 이 용과 프로 10년차 김영삼을 긴장하게 만든 기폭제가 됐다.
서서히 나타고 있는 김신욱-양동현의 시너지 효과도 비결 중 하나다. 그 동안 김신욱은 최전방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2대1 트레이드로 부산에서 친정 팀으로 둥지를 옮긴 양동현이 가세하면서 김신욱에 대한 견제가 줄어들었다. 그 이면에는 양동현의 희생적인 플레이가 숨어있다. 활동 범위가 크지 않는 김신욱의 약점을 잘 메워주고 있다. 김신욱과 플레이 스타일이 겹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양동현의 영입이었지만, 이젠 조 감독의 '신의 한 수'로 통하고 있다. 양동현은 "신욱이와의 호흡에 신경을 쓰고 있다. 또 그간 성적이 워낙 안좋았기 때문에 수비 가담을 많이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킬러' 본능도 되살아나고 있다. 양동현은 전남전에서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김신욱과 카사의 머리에 맞아 흐른 볼을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친정 팀 복귀 후 21일 만에 맛본 골이었다. 그는 "2대1 트레이드로 둥지를 옮겨 부담감이 컸다. 이번 골로 그 부담감을 조금은 떨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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