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꼭 물리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나?' '여행이란 굳이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것일까?'
여행에 대한 고정관념에 과감히 의문을 던졌다. MBC '동네 한 바퀴'는 으레 짐을 싸서 멀리 떠날 것을 권유하는 여행을 벗어나, 가까운 동네 속에서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역발상에서 시작됐다. 늘 무심코 지나치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골목 골목과 거리들이 관심과 관찰로 되살아난다. 평범한 일상의 공간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지난 14일 첫 회에서는 MC인 신동엽의 어릴 적 고향인 서촌을 여행했다.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 마을로 청와대가 지척인 탓에 높은 건물을 짓는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기 힘들었다. 덕분에 오랜 역사를 가진 서울의 옛 모습들이 잘 보존돼 있다. 신동엽을 비롯한 MC들은 시인 윤동주와 이상 등 문인들이 장기 투숙해 글을 썼다는 보안여관을 찾아 의미를 되새겼다. 또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대오서점을 방문해 주인 할머니와 이야기도 나눴다. 신동엽이 어려서 즐겨 먹었다는 청와대 앞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주머니 속 추억을 끄집어냈다. 대개 여행 프로그램들이 여행을 즐기기 위해 떠나온 출연자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이 여행은 그곳에 살고 있고, 살아 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운다. 그 안에서 출연자들이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여행작가이자 건축가인 오 기사가 가이드를 맡아 해박한 지식을 재미나게 풀어내며 시간여행을 도왔다. 식사하러 간 중국집이 일제 시대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가옥이란 뜻의 적산가옥이라며, 한국식 건축 양식과 일본식 건축 양식의 차이를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가우디로 불렸던 차운기 건축가가 지은 독창적인 건축물로 일행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서촌에서 초·중·고 학창 시절을 보낸 신동엽 조차도 몰랐다. 이처럼 오기사는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가는 서촌의 명소 곳곳에 의미를 부여하며, 출연자는 물론 시청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동네 여행에 나선 MC 신동엽, 노홍철, 여진구의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고향에 대한 향수에 젖은 신동엽은 물론, 서울 사람임에도 서울을 잘 모르는 노홍철과 여진구의 구석구석 서울 여행은 참신하면서도 대다수의 대도시인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날 '동네 한 바퀴'의 시청률은 3.6%(닐슨코리아 기준). 경쟁작인 KBS2TV '해피투게더 시즌3'의 7.3%에 비해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앞서 방송됐던 '별바라기'의 2.8%에 비해서는 상승한 수치로 성공적이란 평가 속에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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