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팬들은 요즘 '조금 일찍 발동이 걸렸더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시즌 내내 '한화라서 행복합니다'를 목이 터져라 불렀던 팬들도 요즘 이글스 야구를 보면 흐뭇하다.
올해도 가시밭길, 쉽지 않은 5개월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투타가 함께 흔들리면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겨울 정근우와 이용규, 두 명의 정상급 테이블 세터가 가세해 힘을 실어줬지만,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팀 전력의 아킬레스건인 마운드 또한 기대를 밑돌았다. 외국인 투수 부진과 유망주들의 침체, 불펜 붕괴, 타선의 집중력 부족이 맞물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사실 2~3년 간의 단기 속성 전력 보강으로 단번에 모든 걸 바꿔놓을 수는 없다. 꾸준한 투자, 지속적인 전력 보강이 이뤄져야 정상급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화는 아직도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몇몇 감독이 "한화도 알고보면 무서운 팀이다"고 엄살을 피웠지만, 이글스는 사실 가장 만만한 팀, 승수쌓기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요즘 한화를 보면, 최강전력을 갖춘 팀 못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준다. 후반기 들어 희망을 보여주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팀으로 면모를 일신했다. 한화의 가파른 상승세는 시즌 막판 순위경쟁에 주요 변수가 됐다.
25일 현재 41승1무59패, 승률 4할1푼. 8위 SK 와이번스에 2.5게임, 7위 KIA 타이거즈에 3게임차로 따라붙었다. 20여게임을 남겨두고 있어 게임차를 좁히기는 게 쉽지 않지만, 충분히 기대를 가져볼만한 페이스다.
8월에 열린 15경기에서 9승6패, 승률 6할.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삼성(9승4패)에 이어 8월 승률 2위다, 고질적인 마운드 불안도 많이 잠잠해졌다. 8월 팀 평균자책점이 4.35으로 떨어졌다. 4.18을 기록한 LG에 이어 두번째로 좋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6.21인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선전이다.
한화는 25일 광주 KIA전에서 9대0 영봉승을 거뒀다. 외국인 투수 앨버스가 선발 등판해 9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지난 9일 LG전 1대0 승리에 이어 8월에 거둔 두번째 영봉승이다. 9일에는 선발 유창식이 5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영봉승의 상대팀이 모두 현재 피말리는 4강 싸움을 하고 있는 팀들이다.
이번 달 들어 한화는 두 차례 순위경쟁에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1~2일에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9대6, 4대2로 이겼다. 비틀거리던 두산에 카운터 펀치같은 충격의 2연패를 안겼다. 한화는 또 지난 9일과 10일에 벌어진 LG전 두 게임을 모두 가져갔다. 상승세를 타던 LG를 크게 흔들어놓은 연승이었다.
이번 시즌 한화는 '빅3' 삼성 라이온즈(4승1무8패) 넥센 히어로즈(4승8패) NC 다이노스(4승10패)에 약했지만, 현재 4위 싸움 중인 LG( 7승7패) 두산(6승6패) SK(6승6패)와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또 롯데 자이언츠(5승6패), KIA(5승8패)에 근소하게 뒤졌다. 중하위권 팀들과 맞대결에서 선전한다면, 탈꼴찌는 물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한화의 시즌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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