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활약은 아니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플레이였다. LG 트윈스 손주인의 집중력에 SK는 작은 균열이 생겼고, 이 균열로 완전히 무너지게 됐다.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29일 인천 문학구장. 경기 초반은 SK 채병용, LG 우규민의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3회 LG가 정성훈의 선제 솔로포와 박용택의 적시타로 2점을 내며 달아났다. 하지만 2-0 스코어로는 절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어진 4회초 LG 공격. 채병용은 LG 선두타자 이병규(9번)에 2루타를 허용했다. LG의 선택은 희생번트였다. 1점을 달아나는게 중요했다. 타석에는 손주인. 아뿔사. 손주인이 번트를 시도하다 2번 연속 파울을 만들고 말았다. 자칫했다가는 작전 실패로 김이 빠질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손주인이 여기서부터 초고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3구 파울을 만들고 4구째 볼을 얻었다. 그리고 연속 2개의 커트를 해냈다. 투수 채병용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7, 8구가 연속으로 볼이 들어왔다. 손주인이 잘 골라냈다. 여기서부터 끈질긴 승부가 시작됐다. 손주인은 9구째 공부터 무려 5개의 파울 타구를 만들어냈다. 투수 채병용의 입장에서는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짜증이 몰려올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손주인을 잡으면 괜찮을 뻔 했다. 하지만 손주인이 14구째 공을 밀어쳐 기어이 안타를 만들어냈다. 실제 볼 판정을 받을 공인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 1루쪽 파울라인 옆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무사 1, 3루의 찬스가 만들어졌다. 채병용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 박경수를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최경철에게 기습 번트 안타를 허용하고 1점을 내주며 완전히 무너졌다. 정신이 없는 상황에 상대 기습 번트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정성훈에게 통한의 연타석 쐐기 스리런포를 맞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그렇게 경기 최종 스코어는 12대2 LG의 완승이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손주인의 안타에서 시작됐다. 작전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역적이 될 뻔 했지만, 그 위기를 슬기롭게 넘겨 이날 경기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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