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신문에 온통 윤호얘기가 실렸으면 좋겠다."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훈훈한 감동을 준다. 이와 관련해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은 "미국 스포츠계에는 현장을 떠나 갖은 고생을 하다가 다시 멋지게 돌아온 선수들의 이야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이는 특별한 한 투수의 1군 경기 선발을 염두해두고 한 말이다. SK의 '역경극복 휴먼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10년 만에 다시 1군 무대 선발로 나서는 노장투수 신윤호(39)다. 신윤호는 31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했다. LG 트윈스 소속이던 2004년 10월3일 대구 삼성 라이온스전 이후 약 10년 만의 사건이다.
'10년'은 강산도 변한다는 긴 시간이다. 그간의 신윤호는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 10년 만에 다시 선발 기회를 얻었을까. 이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신윤호의 선발 기용배경을 담담히 밝혔다. 그러면서 "내일 신윤호 얘기로 신문이 도배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감독 본인도 꽤 벅차오르는 듯한 눈치다.
신윤호는 LG에서 2000년대 초반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2001년에 15승6패 18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12로 에이스 반열에 올랐다. 다승왕과 승률왕, 구원왕, 골든글러브를 독식했다. 한 마디로 리그를 평정했다.
그러나 부상이 신윤호의 발목을 잡았다. 1995년 LG에 입단해 5년간 무명에 가까운 시기를 보내다가 모처럼 찾아온 전성기 때 너무 무리한 탓이다. 2002년부터 6시즌 동안 신윤호는 겨우 11승(12패)밖에 올리지 못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갔고, 후배들에게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신윤호는 2007시즌을 마치고 LG에서 방출됐다.
하지만 신윤호는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바로 다음해 SK에 입단해 다시 부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겨우 1군 2경기에 나와 ⅔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그해 말 신윤호는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대학 선수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기도 하고, 사회인 야구선수로도 뛰었다. 그렇게 5년을 보내던 신윤호는 또 다시 현역 의지를 불태웠다. 쓰러질듯 하다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같았다. 작년 말 테스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다시 입은 신윤호는 올해 2군에서 선발과 중간계투 등으로 22경기에 나와 2승2패 1홀드,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했다.
그런 신윤호에게 이 감독은 다시 선발 기회를 줬다. 팀 사정상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 감독은 내심 신윤호의 호투를 기원하고 있다. 그는 "이미 알려진대로 우리팀은 현재 4, 5선발이 비었다. 그간 고효준과 여건욱 박민우 등에게 많은 기회를 줬지만 결과가 다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2군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선 신윤호를 불렀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신윤호가 이기면 멋진 감동 스토리가 생긴다. 본인은 물론 팀에도 좋은 일이다. 비록 예전처럼 150㎞의 강속구는 못 던지지만, 경험이 많으니 요령있게 상황을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적어도 3~4회만 버티면 불펜 투수들로 뒤를 받쳐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연 신윤호가 이 감독의 바람처럼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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