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 수위가 당초 예상됐던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전격 변경되면서 이건호 행장이 즉시 사임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중징계인 문책경고로 징계수위를 확정한데 따른 결과다.
최수현 원장은 4일 금감원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건호 은행장은 최 원장의 기자회견 후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면서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신 것으로 안다"며 사퇴했다. 이 행장의 사퇴로 임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두 사람에 대해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제재심의원회는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인만큼 금감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을 번복할 수 있고, 최 원장은 중징계로 방향을 틀어 최종 재가를 한 것이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경고는 남은 임기를 채울 수는 있으나 그 이후에는 3년간 금융권 취임이 제한된다.
현행법에 따라 이 행장에 대한 징계는 최종 확정됐고, 임 회장의 징계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이달 말쯤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이날 최 원장의 전격적인 중징계 조치는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됐고, 이 행장의 즉각적인 사퇴로 연결됐다.
실제로 최 원장은 이날 오전 KB금융지주 이사회 이경재 의장과 국민은행 이사회 김중웅 의장을 만나 특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최 원장은 오후 브리핑에서 "이사회 의장들에게 경영진간 갈등과 조직내 반목을 그냥 덮을 것이 아니라 근본원인을 발본하고 철저한 인적·조직 쇄신을 통해 경영의 독단과 공백을 동시에 해소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두 사람이 이번 중징계에도 물러나지 않고 버틸 경우 이사회가 나서 해임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 메시지였다.
최 원장이 체재심의원회의 결정을 번복하게 된 시점은 지난주 중반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와 은행간의 화합을 위해 지난달 23~24일 마련된 템플스테이 행사에서 이 행장이 방 배정에 불만을 품고 주위의 만류에도 뛰쳐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
이어 26일 이 행장이 지주사 임원을 포함해 주전산기 교체계획에 관여한 임 회장 측 인사 3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다시 한 번 폭발했다.
이 행장은 고발대상에 임 회장을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발장에 '허위 사실로 교체시도' '교체를 강권' 등의 표현으로 임 회장의 인사개입을 비난했다.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제재심의원회 소명자리에서 임 회장의 개입을 지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원장은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두 사람이 함께 존재하는 한 KB내분 사태가 해결되기는 힘들다고 판단, 결국 사퇴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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