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을 이끄는 류중일 감독의 투수 운용계획이 베일을 벗었다. 큰 골자는 김광현을 태국전과 결승전에 2회 투입하고, 양현종은 예선 대만전 필승카드로 활용한다는 것. 그리고 아마추어 출신 대표인 홍성무를 홍콩전에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중국을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준결승에는 이재학과 이태양을 1+1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런 선발 운용계획의 이면에 숨은 진짜 핵심은 바로 '필승조 운용'이다. 결국 선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필승조가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임무를 어깨에 짊어진 선수는 바로 좌완 차우찬과 우완 안지만이다. 결국 대표팀 불펜 운용의 열쇠는 근본적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필승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대표팀 사령탑이 바로 삼성을 이끌고 있는 류 감독이라는 점에서 더 설득력을 갖는다. 가장 오랫동안 신뢰해 왔고, 또 객관적으로도 가장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차우찬과 안지만에게 류 감독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차우찬과 안지만의 역할이 중요할까. 이는 대표팀의 선발 운용 원칙을 살펴보면 자연히 알 수 있다. 사실 태국전과 홍콩전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김광현은 태국전에 50~60개의 공만 던지며 결승전을 대비한 컨디션 조절을 할 계획이다. 홍콩전은 홍성무 한 명에 B급 불펜 1명 정도로 막을 수 있다.
문제는 대만전과 결승전이다. 한국이 금메달을 순조롭게 따려면 대만와의 예선에서 이겨야만 한다. 그런데 선발 양현종이 자칫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대만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만약 이 경우 류 감독이 삼성에서 해왔던 빠른 투수교체로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양현종은 경기 초반 안정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페넌트레이스라면 스스로 밸런스를 되찾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전에서는 이런 기다림이 자칫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스윙맨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하다. 차우찬이 적임자다.
만약 차우찬이 경기 초반 양현종의 위기를 막아줄 수 있다면 한국은 또 다른 장점을 얻을 수 있다. 대만전에 투구수를 아낀 양현종을 결승전에서 불펜으로도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또 양현종이 기대만큼 대만전에 선전해주더라도 여전히 삼성 출신 필승조의 역할은 크다. 이들을 아꼈다가 결승전에 총투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승전 상대로는 대만이나 일본이 손꼽힌다. 두 팀 모두 만만치 않다.
때문에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선발인 김광현이 위기를 맞을 경우 투수진 총 투입 시나리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류 감독이 자주 쓰던 '1+1 전략'도 가능하다. 그런데 현재 대표팀 투수진 가운데에서 이런 상황에 가장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 역시 차우찬과 안지만이다.
류 감독은 태국전에 대해 "경기 상황에 따라 컨디션을 조율해야 할 투수들을 (김광현 이후) 투입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이 대상이 바로 차우찬과 안지만이 될 확률이 크다. 태국전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놔야 대만전(24일)이나 결승전(28일)에 무리없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차우찬과 안지만, '삼성 필승조'의 활약에 따라 금메달 획득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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