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서 야구는 특별함이 있다. 정규시즌 때 '익숙함'과 상대해야 하는 선수들은 정반대의 조건에 놓이게 된다. 투수와 타자 모두 마찬가지다.
10번 중 3번만 쳐도 잘 한다는 말을 듣는 것처럼 야구는 '평균'을 중시한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평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낯섦'과 싸워야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야구 대표팀은 매우 젊다. 세대교체가 진행중이다. 수년간 대표팀을 이끈 터줏대감들이 모두 빠졌다. 국제대회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건 큰 변수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경험이 많은 선수에게서 답을 얻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다. 대표팀의 중심타자 김현수는 2008년부터 굵직한 국제대회는 모두 참가하고 있다. 항상 중심타선을 지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3년 제3회 WBC까지, 타선에서 포수 강민호에 이어 두 번째로 대표팀 경력이 많다.
김현수는 네 번의 국제대회에서 통산 타율 4할에 15타점을 기록중이다. 언제든 자기 몫을 해줬다. '타격기계'답게 뛰어난 컨택트 능력을 자랑했다. 생소한 투수들을 만나도 김현수의 능력은 변함없이 발휘됐다.
이유가 궁금했다. 김현수는 국제대회 선전의 비결로 자신의 공격적인 성향을 꼽았다. 그는 "원래 나야 공격적인 타자다. 그런데 국제대회에선 상대가 직구를 많이 던진다. 그게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 투수의 직구가 많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변화구 습득력이 떨어지는 투수들이 많은 것도 이유일 것이고, 처음 보는 타자들을 상대로 변화구를 던지다 투구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직구를 선호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김현수는 경험과 감으로 이 부분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적인 성향이 상대의 공격적인 투구를 만나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나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말리는'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테이블세터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황재균과 손아섭은 물론, 3번타자 나성범과 4번타자 박병호 모두 마찬가지다. 부족한 경험에 발목을 잡힐 위험성은 상존한다.
그럴 때일수록 많은 생각을 버리고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 직구 타이밍에 맞추고 자기 스윙을 하는 게 그 시작일 것이다. 김현수의 방법이 정답이 될 수 있다.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 도전에 있어 가장 큰 적수는 역시 대만이다. 대만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면 된다. 대만의 원투펀치인 후즈웨이와 장샤오칭에 대한 공략에도 김현수의 전략이 통할 수 있다.
후즈웨이와 장샤오칭은 각각 미네소타 트윈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 마이너리그 유망주다. 소속팀에서 이들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허락하면서 내건 조건이 바로 '투구수 제한'이다.
물론 많은 공을 기다리면서 투구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스타일로 알려져있다. 올시즌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70% 안팎이다. 제구가 나쁘지 않고,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꽂는 투수를 상대로 공을 기다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 될 수 있다.
'어', '어' 하다가 볼카운트가 불리해지고, 그렇게 몇 타석이 지나갈 것이다. 이런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면 필패다. 초반에 상대 페이스에 말리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된다. 지난해 WBC 때 네덜란드전에서 몇 차례 잘 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지 않으면서 비슷한 현상이 왔다.
야구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상대의 공격적인 투구에 적극적인 타격을 한다.' 김현수가 제시한 간단한 해법이 정답이 될 수 있을까.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 참고할 만한 방법인 건 확실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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