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드민턴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져 왔다. 그만큼 중국의 배드민턴 실력은 세계 최강이라고 자타공인할 정도였다. 그런데 한국이 홈에서 급제동을 걸고 중국의 독주를 막았다. 인천시 계양체육관이 그 역사의 현장이었다.
인천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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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7위 손완호(국군체육부대)는 첫 단식에서 중국의 기를 꺾었다. 1시간19분의 대혈투 끝에 자신 보다 5계단이 높은 세계랭킹 2위 천롱을 2대1(21-5 22-24 21-14)로 제압했다. 천룽(25)은 중국의 배드민턴 영웅 린단의 뒤를 잇는 영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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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 이용대(삼성전기)-유용성(국군체육부대)조는 두번째 복식 경기에서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슈젠-장난조를 2-0(23-21 21-13)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49분 걸렸다. 올초 도핑 기피 논란으로 국제배드민턴연맹(IBF)로부터 선수 자격 1년 정지까지 갔다가 명예회복한 이용대는 몸을 던져서 떨어지는 셔틀콕을 받아내는 묘기를 연출했다. 자신의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유용성 역시 이용대와 멋진 호흡으로 위기를 넘기면 자기 몫을 다했다. 한국은 게임 스코어 2-0으로 리드, 중국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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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은 단식 세번째 매치에서 중국 배드민턴의 영웅 린단을 괴롭혔지만 0대2(18-21 15-21)로 졌다. 이동근이 패기로 맞섰지만 풍부한 경험을 앞세운 린단의 관록에는 역부족이었다.
태극전사들이 벌인 엄청난 대형 사건
한국 배드민턴에 중국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같은 존재였다.
배드민턴이 처음 시작된 건 영국이었지만 중국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후 세계를 줄곧 지배하다시피 했다. 간혹 같은 아시아의 말레이시아와 유럽의 덴마크 등이 태클을 걸고 있지만 주류에 항상 중국이 있다.
한국 배드민턴도 세계적인 강국인 건 확실하다. 1980년부터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이 중국 천하에 '고춧가루'를 자주 뿌렸다. 박주봉-김문수조는 남자복식에서, 방수현이 여자 단식에서, 김동문-라경민조는 혼합복식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가장 최근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이용대-이효정조가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0년엔 신백철-이효정조가 광저우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2010년대엔 중국의 지배력이 더 강해졌다. 중국은 현재 여자 단식(리슈에루이) 여자 복식(바오위신-탕진후아조) 혼합 복식(장난-자오윤레이)에서 세계랭킹 1위를 마크하고 있다. 한
중국은 전 세계에서 배드민턴 선수 층이 가장 두텁다고 한다. 중국의 규모를 부러워하기에 앞서 한국의 등록 현황이 초라하다. 2014년 대한배드민턴협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총 선수는 2039명(초등부터 실업까지). 또 등록팀수는 296개(초등팀부터 실업팀까지).
전문가들은 중국은 지금의 대표팀과 비슷한 수준의 팀을 10개 이상 꾸릴 수 있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세계랭킹 10위 안에 중국 선수들이 부문별로 2명 또는 3명까지 들어가 있다.
성봉주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중국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한국 보다 기술적인 면보다 체력과 신체조건에서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중국과의 이번 대회 단체 결승전에선 첫 세트를 모두 따내고도 2~3세트를 내주며 0대3으로 완패했다. 체력과 집중력에서 중국에 밀렸다.
훈련 방식에선 큰 차이가 없다. 중국은 현 국가대표들이 잠시도 안심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많은 유망주들이 성장하고, 또 빠르게 세대교체가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세대교체가 쉽지 않다. 단적인 예로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은퇴를 선언했던 이현일을 이번 대회에서 다시 불러들였다. 단체전에서 마지막 단식 주자로 나갈 선수가 약했기 때문이다. 이현일은 일본과의 단체전 8강전에서 일본의 우에다 다쿠마를 잡아 제 역할을 다했다.
국내 배드민턴인들은 탁구인들과 똑같은 얘기를 한다. 중국인들은 배드민턴과 탁구 그리고 다이빙을 자신들이 절대 빼앗기지 말아야 할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그런 중국의 높은 벽을 무너트리기 위해 마른 수건을 비틀어 짜내는 심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성봉주 박사는 "현실이 어렵지만 끊임없이 중국의 약한 부분을 파고 들어 넘어트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체전 승리에 만족하면 안 된다. 한 차례 태클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