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금메달 도전에 가장 큰 고비는 대만과의 예선 2차전으로 분석됐다. 그래서 류중일 감독은 대만전에 어떤 선발을 내세울 것인지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다.
그렇게 찾아낸 카드가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26)이었다. 동갑내기 김광현과 함께 대표팀의 원투펀치인 양현종이 대만전에서 호투해 승리를 이끈다면 훨씬 수월하게 금메달을 따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 기대에 양현종은 충분히 부응했다. 2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만전에 선발로 나와 4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만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은 7개를 잡았다. 양현종의 호투 덕분에 한국은 초반부터 기선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류 감독은 스코어가 9-0으로 벌어진 5회가 되자 양현종을 마운드에서 내려오게 했다. 좌완 차우찬을 양현종에 이어 마운드에 올렸다. 양현종의 투구수는 60개. 점수차가 컸지만, 투구수가 적기 때문에 1이닝 정도는 더 던지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양현종이 승리투수로 기록될 수 있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단호하게 양현종을 내렸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양현종의 몸상태에 대한 배려다. 현재 양현종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어깨에 통증이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통증 완화 주사를 맞아가며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 "태극마크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한 투혼이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그런 선수가 고마우면서도 걱정이 된다. 자칫 오버페이스를 해 부상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 다행히 양현종은 이날 대만전에서 4회까지 빼어난 투구를 했다. 어깨 통증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언제 또 탈이 생길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스코어 차이가 많이 나는 시점에서 류 감독이 일찌감치 양현종을 빼고 불펜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류 감독의 투수 운용 계획과 관련이 있다. 대만전에서 무난히 승리한다면 이제 남은 고비는 28일 결승전 뿐이다. 예선 마지막 경기인 홍콩전과 준결승전은 큰 부담이 안된다. 홍콩은 태국에게도 패한 약체다. 또 준결승 상대가 될 A조 2위는 중국이 확정적이다. 중국 또한 한국이 걱정할 상대는 아니다.
그래서 결승전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대만과의 리턴매치가 되거나 일본과의 맞대결이 될 공산이 크다. 어쨌든 경계 대상들이다. 그래서 류 감독은 김광현을 결승전에 투입하기 위해 지난 22일 태국전에 미리 투입한 것이다. 김광현 이후 필승조가 총가동될 전망이다.
그런데 여기에 양현종까지도 투입될 수 있다. 대만전에서 60개를 던진 양현종은 결승전까지 3일을 쉴 수 있다. 투구수가 적기 때문에 3일을 푹 쉬고 나면 불펜으로 나와 1이닝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마침 양현종은 불펜 경험도 적지 않다.
대만전을 지켜보며 류 감독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양현종에게 미리 휴식을 주는 동시에 결승전에서의 깜짝 기용까지도 고려한 결과가 '60구 교체'로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류 감독은 이날 대만전 10대0 8회 콜드게임 승리후 가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양현종을 일찍 뺀 이유는 결승전에 준비시키기 위해서였다"라고 밝혔다. 양현종의 과연 결승전에서도 빼어난 호투를 이어갈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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