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박병호는 말했다. "선수들끼리 끝나고 얘기를 했다. '오히려 예선전을 너무 쉽게 왔기 때문에 오늘 같은 경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는 독보적이다. 한국-대만-일본-중국으로 이어지는 아시안게임 야구 4강이 그대로 준결승전에 진출했고, 그중에서도 프로 선수들을 앞세워 한 수 위의 전력을 자랑하는 한국과 대만이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조별예선 3경기 도합 '37대0'이라는 압도적 스코어를 보였다. 금메달의 유일한 맞수로 여겨진 대만마저 10대0으로 제압했다.
결국 대만전 승리 이후 긴장이 풀린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약체인 홍콩 상대로 시원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큰 전력차로 12대0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으나, 어딘가 찜찜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중국과의 준결승전으로 이어졌다.
5회초까지 2-2, 한 수 아래의 중국을 상대로 아쉬운 스코어였다. 1회와 2회 연달아 주루사가 나왔고, 2회에는 무사 만루의 득점찬스에서 고작 1득점밖에 하지 못했다. 초반 분위기는 분명 좋지 않았다.
하지만 4번타자이자 주장인 박병호가 5회말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박병호의 허를 찌르는 도루에 나성범의 적시타로 다시 리드를 잡았고, 나성범마저 2루를 훔친 뒤 공이 빠진 틈을 타 홈까지 쇄도했다. 4-2로 앞서가게 만든 5회 2득점, 그리고 6회 박병호의 쐐기 스리런포가 승리의 요인이었다.
경기 후 박병호는 "오늘 경기는 야수들의 안이한 플레이로 어렵게 갔다"고 인정했다.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경기 후에 모여 예선전을 너무 쉽게 마쳐 안이한 플레이가 나왔음을 서로 인정했다.
대표팀을 오래 경험한 이들은 일찌감치 이런 모습을 걱정했다. 포수 강민호는 대만의 전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절대 방심하면 안된다고 강조했고, 3번타자 김현수는 한 수 아래라는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방심하면 안된다고 말해왔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참사의 시작이었던 대만전 패배, 그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을 상대로 힘겹게 연장 승부치기 승리를 거둔 기억들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경험자들의 얘기에도 다소 풀린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결승이 아닌, 준결승에서 확실한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 됐다. 박병호를 비롯한 선수들은 "안이했던 건 잘못이다. 이 긴장감으로 결승전을 잘 준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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