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태극낭자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을 목전에 두고 북한에 1대2로 역전패했다. 아쉽고 분했다. 10초를 버티지 못했다. 라커룸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로 돌아오는 버스 안 분위기는 적막했다. 누군가가 "잘했어, 괜찮아"라고 한 마디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기 때문에 아무도 입을 떼지 않았다.
선수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분명 북한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였지만, 투혼과 전략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아쉬움이 컸다. 5주간의 합숙이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여자대표팀은 남자대표팀보다 열흘 먼저 소집돼 금메달을 위해 호흡을 맞춰왔다.
30일 오전 일어난 선수들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밤새 흘린 눈물때문이었다. 이날 오전에도 울컥했다. 결정적 실수로 역전골의 빌미를 제공한 임선주(24)와 윤덕여 감독(53)의 눈물의 인터뷰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또 8강과 4강 출전을 위해 영국에서 건너온 지소연(23·첼시레이디스)이 출국하기 위해 배웅할 때였다. 그러나 선수들은 마음을 다잡았다.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나, 둘씩 TV 앞으로 몰려들었다. 북한전 영상을 복기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1일 베트남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했다.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은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이 고마웠다. 한국 여자축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줄곧 중계방송도 되고, 많은 축구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경기가 열리기 전 한 선수는 팀 매니저에게 중계방송 여부에 대해 물었다. 팀 매니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이 선수는 "북한을 이기고 결승을 올라갔어야 해. 남자대표팀처럼 일본도 꺾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해"하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소 맥이 풀린 경기였지만, 긴장감은 백배였다. 베트남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라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출전국인 태국을 8강에서 꺾고 올라왔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었다. 이날 태극낭자는 경기 초반 몸이 무거웠다. 8강전부터 이틀에 한 경기씩 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 탓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볼점유율은 높았지만,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다. 베트남의 탄탄한 수비에도 주춤했다. 전반 35분 유영아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후반은 또 다른 팀이었다. 몸이 풀린 한국은 베트남에 파상공세를 펼쳤다. 후반 10분 굳게 닫혀있던 상대 골문이 열렸다. 권하늘의 강력한 왼발 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행운의 추가골과 쐐기골을 얻었다. 베트남의 골키퍼 당 찌 키우가 연달아 실수를 범했다. 후반 12분에는 상대 골키퍼가 놓친 볼을 정설빈이 쇄도하며 가볍게 골네트를 갈랐다. 후반 21분에는 권하늘의 슈팅을 상대 골키퍼가 잡다 놓친 볼을 박희영이 쇄도하며 골을 넣었다. 결국 3대0 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극낭자들은 48시간 만에 웃음을 되찾았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을 돌며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등 환하게 웃었다. 메달색은 '금'이 아닌 '동'색이었지만, 그녀들의 투혼은 '금'색이었다.
인천=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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