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등장한 외국인 타자, 프로야구가 한층 공격적이고 화끈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올해 극성스러웠던 타고투저 현상에서 주역은 외국인 타자들이 아니다. 지난해말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팀당 외국인 선수를 3명으로 늘리되 한 포지션만 고집할 수는 없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에 따라 몇몇 팀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타자 한 명씩을 뽑을 수 밖에 없었다.
외국인 타자들의 시작은 화려했다. 3월말 개막 2연전서 홈런포를 쏘아올린 외국인 타자는 SK 와이번스 루크 스캇을 비롯해 두산 베어스 호르헤 칸투, 삼성 라이온즈 나바로, LG 트윈스 조쉬벨, KIA 타이거즈 브렛 필 등 9명 가운데 5명이나 됐다. 4월 30일 현재 홈런 순위를 보면 조쉬벨이 8개로 1위, 칸투와 NC 다이노스 테임즈가 각각 공동 2위였다. 홈런, 타점, 장타율 등 주요 공격 타이틀을 외국인 타자들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5월 들어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몇몇 외국인 타자들이 '본색'을 드러내며 골칫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스캇은 손목, 허리 등 잦은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한 끝에 사상 유례가 없었던 감독과의 언쟁 후 퇴출됐고, 조쉬벨은 6월 이후 기량이 부진이 길어지는 바람에 역시 보따리를 쌌다. 롯데 자이언츠 히메네스는 부상이 이유가 됐겠지만, 벤치의 신뢰를 잃고 오랫동안 2군에 머물렀다. 필과 칸투, 로티노 등 3명도 사실 기대를 크게 충족시켜 주지는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재계약 가능성이 높은 타자는 테임즈와 나바로, 한화 이글스 피에 정도다.
결국 국내 타자들이 외국인 타자들의 기세를 눌렀다는 이야기가 된다. 시즌 종료를 6일 앞둔 11일 현재 공격 8개 타이틀 가운데 외국인 타자가 1위인 부문은 타점 밖에 없다. 테임즈가 120타점으로 이 부문 선두다. 나머지 7개 부문은 국내 타자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 외국인과 국내 타자들의 활약상을 가장 잘 비교할 수 있는 홈런 부문서도 상위 10명 가운데 외국인 타자는 테임즈(36개)와 나바로(28개) 둘 밖에 없다. 타점 부문서는 피에까지 3명에 불과하다. 전체적인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상이 초반 '반짝'이었던 셈이다.
이는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KBO가 2015년 외국인 선수 구성 규정을 그대로 유지할 지 아니면 변경할 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그러나 그러나 현장에서는 필요한 포지션에 걸쳐 자유롭게 뽑을 수 있도록 개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크게 필요성을 못느끼는 포지션에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면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국내 선수 한 명의 기회를 빼앗는 꼴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구단들이 야수보다는 투수 포지션에서 전력 보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투수로 뽑기를 바라는 팀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경우에도 투수 편중 현상이 심화돼 국내 투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다는 점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 투수든 야수든 국내 무대에 잘 적응해 팀에 크게 보탬이 될 확률은 50%가 안된다. 어느 팀이든 '제2의 밴헤켄'이나 '제2의 테임즈'를 데려오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모험을 걸 수 밖에 없다. 보통 외국인 선수 몸값은 50만~100만달러에서 형성되고, 국내 검증을 마쳤거나 메이저리그에서 경력을 쌓은 선수라면 150만~200만달러까지도 받는다. 크게 필요하지도 않은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를 들였는데 몸값마저 하지 못한다면 팀으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투수가 됐든 야수가 됐든 어차피 모험이라면 '진짜'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자는 주장에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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