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마, 저거. 석민이가 없어서 그런다."
올해 삼성 라이온즈 덕아웃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풍경.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27)의 익살이다. 수염 가득한 얼굴에 미소를 잔뜩 매단 채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 나바로의 특징이었다. 김정수 삼성 매니저와는 "인사 안해?"라는 반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랬던 나바로가 변했다. 장난스러운 미소 대신 얼굴에는 진지함만이 가득했다. 얼핏 보면 수심에 가득 잠긴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개를 숙인채 동료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묵묵히 타격 연습에 집중하는 모습.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둔 나바로였다.
이런 나바로의 변신은 상당히 낯설다. 류중일 감독도 그런 나바로를 보더니 "(단짝인) 박석민이 없어서 저런 거 같다"고 해석했다. 마음이 통하고, 장난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사라지자 나바로가 의기소침해 있다는 뜻.
사실 나바로가 삼성에 일찍 적응하고, 또 잠재력까지 폭발시킬 수 있던 원동력은 박석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들의 사이는 남달랐다. 함께 장난을 치는가 하면, 때로는 티격태격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말은 늘 유쾌한 함박웃음이었다. 류 감독은 "평소에 석민이와 같이 장난치고, 싸우고 그렇게 정이 들었는데 막상 덕아웃에 석민이가 빠지니까 나바로도 기운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짝패'가 사라지니 외로웠던 것.
박석민은 지난 6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옆구리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정규시즌에는 복귀하지 않을 전망이다. 류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나바로의 입장에서는 단짝을 꽤 오랫동안 못보게 된 상황.
하지만 나바로의 이런 분위기 변화가 꼭 박석민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류 감독의 말도 어느 정도는 농담이 섞인 답변이다. 그보다는 최근 삼성 덕아웃의 침체된 분위기가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
삼성은 최근 5연패에 빠지며 정규시즌 우승 확정 매직넘버를 계속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자칫 2위 넥센 히어로즈에 역전 우승을 내줄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상당수 삼성 선수들이 "이러다 큰 일 날 수 있다. 마음 놓아선 안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외국인 선수일지라도 이런 분위기에서 장난치고 웃을 순 없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팀워크에 저해될 수 있다는 걸 나바로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나바로의 침묵은 결국 삼성 선수들의 위기감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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