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과 헨리 소사,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 오재영 마정길 김영민 김대우 장시환. 서울 목동야구장 내 넥센 히어로즈 감독실에 걸려 있는 보드에 적혀 있는 투수 명단이다.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은 플레이오프에 출전할 투수 엔트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언한대로 일반적인 투수 엔트리보다 2~3명이 적은 10명 정도로 시리즈를 끌고갈 생각이다. 그는 실제로 쓰지 않는 투수자원보다 활용도가 높은 야수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히어로즈. 지난 해에는 페넌트레이스 3위로 가을야구를 경험했는데, 올 해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이 가을 히어로즈는 새로운 투수진 운용을 구상하고 있다. 2년 연속으로 세이브 1위를 차지한 손승락의 선발 전환이다.
3위 NC 다이노스와 승차가 7게임으로 벌어진 시점에서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강철 수석코치를 통해 살짝 분위기를 접한 손승락은 염 감독이 의사를 타진하자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며 씩씩하게 받아들였다.
매경기 불펜에서 대기하고, 보통 1이닝, 20개 안팎의 공을 전력으로 던지는 마무리. 선발과 상당히 다른 보직 환경이다. 하지만 선발투수가 불펜으로 보직을 바꾸는 것보다, 불펜투수가 선발로 전환했을 때 적응이 쉽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래도 마무리가 특성화된 선수다보니 투구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염 감독은 "무리없이 100개 정도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 인천아시안게임 휴식기 때 열린 청백전에서 선발 등판을 시험했다.
LG 트윈스 봉중근과 함께 국내 최고 마무리로 꼽히는 손승락이지만 올 시즌 자주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올시즌 62경기에 등판해 3승5패32세이브, 평균자책점 4.33, 피안타율 2할8푼4리. 46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구위가 떨어졌다. 시즌 초중반에 블론세이브가 이어지고 불안한 모습이 나오자 불펜의 주축인 한현희의 마무리 전환설이 나돌았다.
그런데 염 감독은 시즌 중에 보직 변화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안 좋을 때, 불안할 때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임무를 잘 수행했다.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세이브 1위 투수를 시즌 중에 중간계투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염 감독은 이어 "선수가 하고 싶은 걸 할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마무리도 그랬지만, 선발전환이 손승락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의미로 들린다.
손승락 선발 카드는 포스트시즌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른 구상이다. 히어로즈는 타격이 강한 공격력의 팀이다. 공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수력이 처진다. 1~2선발 밴헤켄과 소사는 든든한데, 3선발이 약해 단기전 승부에서 대안이 필요했다.
염 감독은 손승락의 선발 등판 가능성이 현재 50대50이다고 했다. 플레이오프 상대팀에 따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좌타자가 강한 LG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좌완 오재영, NC 다이노스를 상대하게 되면 손승락이 3차전 선발이다.
손승락은 이번 시즌 NC전 4경기에 나서 1승1패1세이브-평균자책점 5.40, LG전 9경기에 등판해 1패5세이브-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 최상의 경기력을 뽑아내는 게 사령탑의 역할이다. 손승락이 3선발로 대기한다고 해도 1차전에 마무리 등판이 가능하다. 물론, 손승락이 선발로 나서면 조상우와 한현희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 경기 흐름, 상황에 따라 조상우 한현희가 뒷문을 책임지게 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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