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전쟁이다.
명문구단의 기준은 쉼표없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이다. 한 시즌내내 땀을 쏟아야 하는 K-리그 클래식에는 2.5장이 걸려있다. 1장은 단기전인 FA컵 우승팀에 돌아간다. FA컵 최대 매력은 역시 ACL 티켓이다.
클래식이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는 가운데 프로와 아마를 총망라해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FA컵도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클래식 팀들은 32강전부터 입장했다. 그리고 16강과 8강전을 치렀다. 이변은 없었다. 4개팀이 생존했다. 전북 현대, FC서울, 성남FC 그리고 상주 상무다. 4강전의 문이 열린다. 22일 오후 7시 나란히 벌어진다. 전북과 성남은 전주월드컵경기장, 서울과 상주는 상주시민운동장에서 각각 격돌한다.
단판승부, 단두대 매치다. 전후반 90분에 희비가 갈리지 않으면 연장전을 치른다. 30분간의 연장전에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신의 룰렛게임'인 승부차기를 벌인다. 클래식에선 전북이 1위(승점 65), 서울은 5위(승점 49), 성남은 10위(승점 31), 상주는 11위(승점 29)다. FA컵은 순위가 없다. 마지막까지 생존해 웃는 팀이 최강이다. FA컵 4강전을 앞둔 4개팀은 어떤 상황일까. 생각은 각양각색이다.
전북은 '더블', 성남은 '복수'
ACL 16강에서 탈락한 전북의 고지는 '더블'이다. 클래식 우승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남은 경기는 6경기, 2위 수원(승점 58)과의 승점 차는 7점으로 벌어졌다. 전북으로선 '운명의 일주일'이 시작됐다. 성남과의 FA컵 4강전에 이어 26일 클래식 33라운드에서 수원과 정면충돌한다. FA컵이 첫 단추다.
지난해의 한도 풀어야 한다. 전북은 지난해 FA컵 결승전에서 포항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리그에서 추락을 거듭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지난해 우리는 홈에서 FA컵 결승을 치렀고 승부차기로 실패했다. 지난해 FA컵 준우승의 한을 풀어야 한다. 선수들이나 내가 FA컵에 도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라며 "한 경기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남은 김학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 4강 진출을 이룩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전북이 위다. 올시즌 클래식 3차례의 대결에서도 전북이 전승했다. 김 감독은 포기는 없다고 했다. "정규리그와 FA컵을 나눠 생각할 여력은 안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포기는 없다." 갚아줘야 할 것도 있다. 김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시절인 2008년 최 감독의 전북에 1대2로 패했다. 그는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다. 선수들을 믿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은 '한', 상주는 '무념무상'
서울은 힘겹게 4강에 올라왔다. 4강팀 가운데 유일하게 32강(인천), 16강(포항), 8강(부산)에서 클래식 팀들을 만났다. 인천, 부산과는 연장, 포항과는 연장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벌였다. 절박하다. ACL에선 4강에서 탈락했고, 클래식 정상도 물건너갔다. FA컵만 남았다. 목표는 우승이다. FA컵과의 악연도 털어내야 한다. 1998년 우승이 마지막이었다. 4강에 오른 것은 1999년 이후 15년 만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올시즌 무관으로 끝낼 수 없다. 선수들이 이를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주 원정은 찜찜하다. 올시즌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상주는 또 다르다. 우승은 욕심나지만 ACL에 출전할 수 없어 아무래도 동력은 떨어진다. 박항서 상주 감독도 겉으로는 FA컵에 큰 뜻이 없다고 했다. "FA컵과 리그는 또 다르다.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FA컵 보다는 리그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더 무서운 존재다. 잃을 것이 없어 부담도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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