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질'로 물의 빚었던 롯데홈쇼핑이 잇달아 정부 당국의 매서운 사정(司正)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어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4월 임직원이 연루된 납품 비리 혐의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얼마 전부터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불법 행위 등을 조사 받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롯데홈쇼핑은 최근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국정감사에서 정치권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고 있다. 중소협력업체와 상생을 약속해놓고는 오히려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 제품에 더 높은 판매수수료율을 부과해온 것이 드러났기 때문. 정치권에서는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홈쇼핑사업자 재승인'을 앞두고 롯데홈쇼핑의 퇴출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심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정·관계의 움직임을 의식한 듯 롯데홈쇼핑은 최근 '협력사와 협업시 비용 처리 규정' 마련에 이어 '윤리경영 세미나'까지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잇단 정부당국 조사에 당혹
지난달부터 롯데홈쇼핑은 잇달아 정부 당국의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어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18일까지 롯데·GS·CJ·현대 등 4개 홈쇼핑 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지난 4월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가 터진 후 지난 5월 홈쇼핑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리베이트 수수, 불공정 거래 지속 여부 등에 대한 '물증'을 확보했다. 이를 갖고 준비 작업을 해 온 공정위가 현장 조사에 나선 것으로 롯데홈쇼핑 등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 홈쇼핑업체의 자동응답전화(ARS) 할인비용 전가, 판매전문가·모델·세트제작비 전가, 특정 택배사 이용 강요 등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정위 조사가 예전과 다르게 강도 높게 실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간단치 않은 상황으로 여기고 있다.
더욱이 금감원도 지난 13일부터 롯데홈쇼핑 등 5개 TV홈쇼핑의 보험상품 불완전 판매 등 보험모집 관련 법규 위반 행위에 대해 검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은 TV홈쇼핑이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지, 사실과 다른 설명으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지 등 홈쇼핑 방송을 통한 과장 광고와 불완전판매를 중점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제품은 외면? 수수료율 대기업보다 높아
롯데홈쇼핑은 정치권에서도 집중적인 타깃이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당초 중소기업 전용 채널로 출범한 롯데홈쇼핑이 본래의 역할을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중소기업들에게 대기업 납품업체에 비해 7.4%포인트나 더 높은 수수료를 챙겨왔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불공정행위까지 저지르고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에 따르면 롯데가 인수했던 우리홈쇼핑은 지난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 시,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보호 및 상생 방안과 공익성 확보 등을 조건으로 중소기업제품에 대한 편성비율(65% 이상)을 의무적으로 부과 받았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시간에 중소기업 제품 대신 대기업 제품을 배치하는 등 수익성에만 매진해 왔다는 것.
또한 지난해 롯데홈쇼핑의 중소기업 납품에 대한 수수료율은 35.2%로 대기업 납품에 비해 7.4%포인트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개 TV홈쇼핑 전체의 중소기업 적용 평균 수수료율 34.7% 보다도 높은 것. 반면 롯데홈쇼핑의 대기업 적용 수수료율은 27.8%로 업체 평균 32% 보다 낮았다.
롯데홈쇼핑의 이런 행태는 경쟁사인 CJ오쇼핑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동일하게 수수료율 36.7%를 적용하는 것과 홈앤쇼핑이 대기업에 0.4%포인트 더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것과 비교된다. 결국 롯데홈쇼핑은 대기업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중소기업 제품은 '외면'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 측은 단순히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수수료율 격차만 조명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따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상품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랐을 뿐"이라며 "대형가전·TV 등 고가의 제품인 경우 대기업 제품이 대부분인데 이들 제품의 판매마진이 낮기 때문에 판매 수수료율도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중소기업 제품 편성률이 65%로 다른 홈쇼핑업체들 보다 높고 대기업에 대한 수수료율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시켜 다른 업체에도 경종 울려야"
이런 일련의 행태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롯데홈쇼핑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문병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3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롯데홈쇼핑은 임직원들이 '슈퍼갑' 행세를 하며 납품비리를 저질러 줄줄이 재판을 받고 있다"며 "퇴출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재승인 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검찰에 따르면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은 납품업체에 제품 방송 편성을 유리하게 해주겠다는 명복으로 많게는 9억원이 넘는 뒷돈을 챙겼다"고 말했다. 이어 문 의원은 "다음 달부터 홈쇼핑 사업자 재승인을 위한 접수 절차가 시작되는데, 롯데홈쇼핑처럼 노골적인 납품비리를 저지른 업체는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퇴출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환 의원도 "최근 비리사태 조사결과로 드러난 협력업체와의 비리행위까지 감안하면 당연히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되어야 한다"며 "그래야 다른 TV홈쇼핑업체들에게도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라며 퇴출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다음 달 사업자 재승인 접수를 앞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상황이 쉽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대외적으로 고객서비스 강화, 투명 경영,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을 어필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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