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금 대체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정기예금의 실질 금리가 연 2.0%에도 못 미치면서 고객이 예금 상품에서 이탈하고 있는데다, 은행들도 주식과 연계된 상품 등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품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전력이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농협, 외환, 하나, 기업, 우리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 9월까지 주가연계신탁(ELT)과 주가연계펀드(ELF) 상품을 5조3200억원 어치나 판매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잔액은 14조8346억원. 지난해 말 9조5146억원보다 56%나 급증했다.
상당수는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기초로 해서 만든 상품이다.
한국, 유럽, 중국 등 3개국의 주가지수와 연계된 상품이 대부분이며, 이들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
국민은행의 대표 주가연계신탁은 이들 3개국 주가지수가 만기까지 한번이라도 최초 가격의 50%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연 5.9%의 세전이익을 보장한다. 신한은행 상품은 3개국 주가지수 중 2개를 골라서 주로 만들어지며, 2개국 주가지수가 모두 최초 가격의 6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5~6%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문제는 이들 상품이 은행들이 주장하는 '중위험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투자 위험도에 따라 판매 상품을 5개 등급으로 나누는 투자위험등급에서 이들 상품을 2등급인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고 투자위험등급인 '매우 높은 위험(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한은행 상품의 경우 한국, 유럽, 중국 등의 주가지수가 하나라도 최초 가격의 60% 밑으로 내려가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난다. 만기에 주가지수가 40% 이상 떨어진다면 최소 40%, 최대 100%의 손실을 보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일어났다.
한국, 유럽, 중국 등의 주가지수가 모두 최고점의 '반토막' 이하로 폭락하면서 2008년 출시된 주가 연계상품의 70% 이상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냈다.
최근에도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의 성장률이 급감하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우려가 일고 있다. 은행들이 주가연계상품의 기초로 삼는 '유로스탁스50' 지수의 경우 최근 1년 사이 최고점 대비 18% 하락한 적이 있으며, 중국 'HSCEI' 지수는 최고점 대비 20%나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주식 연계상품의 원금 손실구간인 '지수 40% 하락'이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은행권 주가 연계상품의 잔액이 15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고객 손실이 수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 금융 당국은 각 은행에 주가 연계상품의 적극적인 홍보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며, 고객에게 위험도를 충분히 알리지 않는 불완전판매 발생을 우려해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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