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선 불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페넌트레이스라면 좀더 두고 볼 선발투수도 포스트시즌에서는 한 박자 이상 빨리 교체해 버린다. 자칫 머뭇거렸다가는 순식간에 승기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도 '허리 싸움'이 될 전망이다. 양팀 모두 올시즌 화끈한 타격을 앞세워 정규시즌 1,2위에 올랐다. 경기 막판 타이트한 상황에도 승부가 뒤집힐 여지는 충분하다.
유일하게 팀 타율 3할을 기록한 삼성(3할1리)과 독보적인 팀 홈런 1위 넥센(199개)의 맞대결. 게다가 삼성은 팀 홈런 2위, 넥센은 팀 타율 2위로 모두 만만치 않은 타선을 과시한다. 상대의 화력을 막아낼 중간계투진이 더욱 중요해졌다.
올해로 벌써 네 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이다. 선발투수도 잘 던져야 하고 타자도 잘 쳐야 하지만, 넥센과 경기할 때는 중간 허리싸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한현희와 조상우, 안지만과 차우찬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이 언급한 선수들은 마무리투수를 제외하고, 각 팀의 필승계투조들이다. 이들의 허리 싸움이 승부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었다.
두 팀 감독 모두 불펜의 중요성을 인정했지만, 그 방법은 다소 달랐다. 삼성은 포스트시즌에도 정규시즌과 흡사하게 불펜을 운영한다. 류 감독의 '믿음'이 돋보였다. 그는 "우리 팀 마무리는 임창용이다. 블론세이브가 몇 개 있었지만, 강력한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잘 쉬어서 힘이 있다고 본다. 컨디션도 굉장히 좋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창용에 대한 변함없는 신임. 여기에 필승조 운영방안만 봐도 그렇다. 류 감독은 "안지만 앞에는 심창민이다. 부상에서 회복해 구위도 아주 좋다. 불펜의 키플레이어는 다른 선수도 많지만, 심창민이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발이 내려간 뒤, 삼성 마운드는 먼저 긴 이닝을 던질 수 있고 구위가 좋은 좌완 차우찬을 낼 것이다. 뒤이어 상황에 따라 심창민이 나오고, 셋업맨 안지만과 마무리 임창용이 8,9회를 책임질 것이다. 정석적인 운영. 류 감독은 변칙 대신 필승계투조들에 대한 '믿음'을 과시했다.
반면 넥센 염경엽 감독은 플레이오프와 마찬가지로 조상우-한현희-손승락의 필승조를 상황에 맞게 돌려가며 쓰는 전략을 유지한다. 시리즈 내내 공 개수를 관리해주면서, 셋을 번갈아 투입하는 것이다. 누가 먼저 나올지, 누가 안 나올지 모두 넥센 벤치에서 결정한다. 결국 고정 마무리 없이 셋으로 6~9회를 막는 전략이다.
염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 때 2이닝 세이브를 눈앞에 둔 손승락을 아웃카운트 1개 남기고 한현희로 교체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와 같은 마운드 운영은 계속 될 것이다. 철저한 '관리'의 넥센 불펜, 그리고 '믿음'의 삼성 불펜. 승자는 누가 될까.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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