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나 팀 모두에게 특별한 시리즈가 될 것 같아요."
삼성 라이온즈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반면 상대팀 넥센 히어로즈는 창단 7년만에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현재 넥센에는 한국시리즈를 경험해 본 선수가 단 2명뿐이다. 2004년 한국시리즈에 나서 선발승 1승을 올렸던 좌완 오재영과 2003년과 2004년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외야수 이택근이 주인공이다.
이중 이택근에겐 더욱 특별한 한국시리즈다. 꼬박 10년만에 찾은 한국시리즈 무대. 이택근은 10년 전과 달리 주장 완장을 차고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2003년 현대에 입단했던 이택근은 신인 시절부터 한국시리즈에 갔다. 이택근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땐 루키 때였다. 2003년엔 전부 경기에 나갔고, 2004년엔 백업이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주장으로 선수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땐 형들을 따라갔다면, 이젠 선수들을 이끄는 입징"이라며 웃었다. 이택근은 2012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로 다시 넥센으로 돌아왔고, 주장을 맡아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택근은 히어로즈의 아픈 역사를 함께 한 선수다. '명가'로 불렸던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된 뒤, 히어로즈로 간판을 바꿔 다는 과정을 함께 했다. 또한 운영자금이 부족했던 구단 사정상 팀을 옮기기도 했다. 2009년 말 LG 트윈스로 현금 트레이드된 것이다.
2년만에 팀으로 돌아온 이택근은 '약체' 혹은 '선수를 팔아 운영비를 마련한 구단'이라던 히어로즈를 함께 바꿔갔다. 그 결과, 지난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어 올해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을 수 있었다.
이택근에게도 분명 남다른 한국시리즈다. 그는 미디어데이에서도 "히어로즈가 창단해서 7년만에 한국시리즈에 발을 들였다. 우리 선수들은 다른 팀 주전 선수들에 비해 스토리도 있고, 과거 힘든 시절을 겪은 선수들도 많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선수들이나 팀 모두에게 특별한 시리즈가 될 것 같다"는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팀과 선수들, 그리고 자신에게 특별한 한국시리즈. 이택근은 히어로즈로 컴백했을 때를 다시 한 번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다시 히어로즈로 왔을 때, 그 전 시즌에 우리 팀이 꼴찌였다. 그때 후배들에게 부탁을 했다.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되자', '다른 팀이 상대하기 힘든 팀이 되자'고 했다. 그런데 이제 다른 팀이 강팀이라고 인정해주는 팀이 됐다.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이택근의 성적은 좋지 않다. 플레이오프 4경기서 타율 5푼9리(17타수 1안타)로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타순도 2번에서 7번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10년만의 한국시리즈에선 팀에 누가 되고 싶지 않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후배들이 놀랄 만큼, 맹훈련을 했다. 자신의 타격이 마음에 들지 않자, 계속 해서 배팅케이지에 들어섰다. 남들이 쉴 때에도 방망이를 한 번 더 돌렸다.
"지근 찬밥 더운밥 가릴 성적이 아니다"라며 웃은 이택근은 7번 타순까지 내려간 것에 대해 "주장이고, 야수 최고참인데 팀이 필요로 한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던 것 같다. 희생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이 부분에 대해 감독님께 말씀 드렸고, 타순 변경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중심타선을 지키던 타자가 어느새 7번까지 내려갔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택근에겐 팀의 우승이 먼저였다. 그는 "우리 팀 선수들 모두 분위기가 좋고, 밸런스도 좋다. 나만 잘하면 우리 팀이 완벽해질 것 같다. 한국시리즈 MVP가 내가 되면, 우리 팀이 다 잘 되지 않을까"라며 미소지었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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