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발빠르게 롯데 자이언츠 사장과 단장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에 홍보 전문가 이창원 그룹 홍보실장(55·전무)을 임명했다. 또 이윤원 롯데푸드 경영기획부문장(47·이사대우)을 단장으로 결정했다. 이윤원 단장은 과거 그룹 정책본부에서 롯데 구단 관련 일을 했던 인물이다.
롯데 구단은 최근 심각한 내홍을 겪은 끝에 최하진 사장과 배재후 단장이 지난 6일 연달아 사임했다. 감독 선임이 늦어지면서 촉발이 된 구단 내부 갈등은 급기야 5월말 선수단과 사장의 집단 면담에 이은 CCTV 감시 사건으로까지 확대됐다. 팬들의 비난 여론이 거셌고, 국회의원까지 가세해 진상조사를 주장하면서 겉잡을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결국 최하진 사장은 CCTV로 선수들을 감시한 게 불법 논란으로 번지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배재후 단장도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사표를 썼다.
롯데의 이번 사태는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 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다시 찬찬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롯데 구단 뿐 아니라 앞으로 이 같은 제2의 롯데 내홍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다.
먼저 사건의 피해 정도를 따져보자.
이번 사건이 준 마음의 상처는 수치화하기 힘들 정도다. 롯데 구단 팬들과 직원들의 마음이 아프다. 팬들이 받은 실망감은 어마어마하다. 당장 내년 사직구장 관중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선수단은 물론 구단 직원들이 받은 충격도 컸다. 조직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들었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 뿐 아니라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다. 공필성 전 코치다. 그는 롯데 선수들 사이에서 오해로 특정 프런트 라인의 코치로 낙인찍혔다가 이번 내홍에 휘말렸다. 공필성 감독 결사 반대 루머와 선수단 성명서로 인해 공 코치는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자진 사퇴했다. 그후 지금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실직자 신세가 됐다. 그는 "아직까지 함께 일해보자고 하는 곳이 없다. 제발 이제는 나에 대한 오해를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건의 실체가 거의 드러난 상황에서 공 코치는 선수들과 오해가 있었다. 공 코치는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했고, 특정 프런트와 친분이 두터웠을 뿐이다. 공 코치를 제대로 평가하려고 했다면 수비코치로서의 능력에 잣대를 갖다댔어야 할 것이다. 한 야구인을 실체가 불분명한 라인이라고 몰아서 매장시키는 일은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거취가 불투명한 권두조 수석코치와 이문한 운영팀장도 이번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로 볼 수 있다. 권두조 수석코치는 지난 5월 25일 선수단 집단행동으로 그때부터 사실상 현장을 떠났고,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문한 운영팀장은 전임 사장과 CCTV 감시건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가 대기발령 처분을 받았다. 신임 롯데 사장과 단장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명확하게 파악한 후 이들에 대한 합당한 처분을 내려주어야 한다.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명예회복을 시켜주어야 하고,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그 수위에 맞게 처벌을 해야 한다.
롯데 구단은 이번 사건을 치유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불신의 벽을 무너트리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경영진(최하진 사장)이 선수단을 100% 신뢰하지 못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프런트(단장, 운영팀장 등)들이 반대했던 일(CCTV건 등)들을 강행했다. 선수 기용에까지 개입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지난 2년 동안 팀 성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자 개입의 정도가 심해진 것이다. 이런 경영진의 선수단 개입은 팀 성적이 좋을 때는 외부로 표출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적이 안 좋을 때는 잡음이 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영진과 프런트들은 선수단의 경기력 부문은 철저하게 선수단의 총책임자인 감독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 그리고 성적에 대한 책임을 감독과 코치들에게 물으면 그만이다. 선수 기용을 두고 "감 놔라, 배 놔라"고 훈수를 둘 경우 감독의 권위는 떨어진다. 감독이 우습게 보이면, 감독의 말에 더이상 힘이 실리지 않는다. 선수단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선수단의 모든 권한과 책임
은 감독에게 일임하는 게 맞다. 또 CCTV로 체크할 게 아니라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 만약 프로 야구선수로서 품위를 떨어트리는 행동이 적발될 경우 그 잘못에 맞게 처벌하면 된다.
롯데 선수들도 이번 사건으로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한 차례 집단행동의 후폭풍이 이렇게 구단의 존폐를 흔들 정도로 확산될 것이라고는 처음에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집단행동이 촉발이 돼 구단 내부에서 곪아터진 내홍의 여파로 결국 사장 단장 그리고 코치가 팀을 떠났다. 구단을 넘어서 롯데그룹의 이미지도 크게 추락했다.
선수들이 어쩔 수 없이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하는 것도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다. 선수들도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을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가질 수 있는 불만이나 부당한 대우가 있다면 감독을 통해서 절차를 밟는게 합리적이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처리 방식이 프로답지 못했다. 사장과의 직거래가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실타래가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
롯데 구단은 매우 비싼 수업료를 내고 돈주고도 못할 경험을 했다. 다른 구단들도 이번 롯데 사태가 주는 교훈을 참고할만 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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