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해야 하는 명분은 있다. KIA 타이거즈의 결정만이 남았다.
양현종의 포스팅 금액을 두고 말이 많다. 하지만 양현종과 가까운 관계자에 따르면, 그렇게 적은 금액은 아니다. 앞서 도전한 SK 와이번스 김광현의 200만달러(약 22억원)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150만달러에서 200만달러 사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물론 구단 입장에선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금액이다. KIA에게 처음부터 김광현은 기준선이 아니었다. 어쨌든 금액을 받아 든 KIA는 고민에 들어갔다. KIA로서는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
양현종 역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2년 뒤를 기약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2년 뒤라면, 아무런 제약 없이 양현종에게 관심이 있는 모든 구단과 협상이 가능하다. 포스팅 금액이 없으니, 선수가 받는 몸값도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모든 면에서 이득이다.
하지만 양현종은 "꼭 도전해보고 싶다"며 에이전트와 구단 측에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양현종은 일단 협상에 돌입한 뒤, 연봉이나 기타 조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테이블을 접고 KIA로 돌아올 생각을 갖고 있다. 무리하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는 것은 아니다. 본인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KIA는 지난 2011년 말, 양현종과 마찬가지로 포스팅시스템 참가를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던 윤석민을 붙잡은 전례가 있다. 감독이 교체된 상황에서 신임 사령탑에게 힘을 실어줘야 했다. 공교롭게도 지금과 상황이 비슷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에 부풀어 있던 윤석민은 이후 2년간 부진했다. 2011년 17승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178개) 1위로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던 윤석민은 더이상 없었다. 2012년 9승8패 평균자책점 3.12, 지난해 3승6패 7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00의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의 윤석민이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 오쿠라가하마 구장에서 진행중인 KIA 타이거즈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내년 시즌을 위한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중이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물론 2013년 부상도 있었지만, 목표를 상실한 선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정확히 보여줬다. 윤석민은 2011년 말 도전조차 해보지 못했다. 2년 뒤 FA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지만,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정점을 찍었을 때 빅리그에 진출했다면, 대우는 달라졌을 것이다.
KIA로서는 윤석민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또한 양현종을 지금 보낸다면, 이후 한국프로야구로 돌아올 때 무조건 KIA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반면 2년 뒤 FA로 진출하면, KIA에 우선적인 권리는 없다.
구단 동의하에 해외이적이 가능한 제한적 FA인 양현종은 지금 해외 진출을 선택할 경우, 한국야구 유턴시 4년 동안 KIA 소속으로 뛰어야 한다. FA 자격을 한 차례 행사한 것으로 간주돼 4년 뒤 권리를 재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KIA도 포스팅 금액은 적지만, 윤석민으로 인한 학습효과나 미래를 기약하려면 지금 보내는 게 나을 수 있다. 게다가 가장 많은 포스팅 금액을 낸 것으로 알려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협상이 틀어지면, 다시 양현종을 품에 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미국 진출에 실패한다면, 양현종은 일본프로야구 쪽으로 선회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미 일본 측에서도 복수의 구단이 양현종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KIA가 어떤 결론을 내릴까. 양현종과 구단 모두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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