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던 KIA 타이거즈의 좌완투수 양현종의 꿈이 좌절됐다. 구단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양현종은 26일 오후 KIA 구단 사무실에서 허영택 단장과 40분 가량 대화를 나누며 최종적으로 구단 측의 입장을 들었다. 처음부터 약 150만달러(약 16억6000만원)로 알려진 포스팅 금액은 KIA의 기준선에 한참 부족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포스팅 수용 거부였다.
KIA 측은 이날 "지난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받은 포스팅 결과가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에 걸맞은 응찰액은 아니라고 판단해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KBO도 "KIA로부터 양현종에 대한 포스팅 응찰액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접수하고, 이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제 양현종의 포스팅은 철회되고, 내년 11월 1일까지는 포스팅 요청이 불가능하다.
양현종은 크게 낙심했다. 협상 테이블 한 번 차려보지 못하고 도전을 접게 됐기 때문이다. 양현종 측은 구단에 일단 협상에 돌입한 뒤, 연봉이나 기타 조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테이블을 접고 KIA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포스팅 좌절 이후 다른 약속도 없었다.
이제 양현종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2년 뒤 메이저리그 재도전'과 '일본행 추진'이다. 양현종은 2년 뒤에 완전한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게 된다. 윤석민의 전례에 비춰보면, KIA가 내년에 포스팅을 허락할 가능성은 낮다. 결국 2년 뒤 FA로 빅리그 무대에 재도전하는 방법 밖에 없다.
윤석민의 경우에 비춰보면, 2년 뒤 재도전은 구단이나 선수 본인에게 모두 안 좋은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해외 진출이라는 목표를 상실한 선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윤석민의 사례에서 나타난다. KIA는 2011년 시즌 후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진출 뜻을 나타냈지만 불허했다. 의욕상실과 부상이 겹친 윤석민은 2012년과 2013년 두 시즌 동안 12승14패7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3.44에 그쳤다.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재도전도 가능하다. 일본 무대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이미 시즌 막판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해외 진출 의사를 밝힌 양현종에게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요미우리 구단에서 직접 스카우트를 파견해 양현종의 투구를 관찰했다.
당초 양현종의 에이전트사는 미국과 일본 모두의 길을 열어두고,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 일본 측과 연결고리도 있다. 양현종 본인의 의사만 있다면, 일본 쪽으로 재추진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KIA 측에서 메이저리그 포스팅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일본 프로야구에서 거액의 이적료가 나올 지는 미지수다. 이미 150만달러라는 금액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는 오승환의 일본 진출을 허용하면서 한신 타이거즈로부터 5000만엔(약 4억7000만원)의 이적료를 받았다. 상징적인 금액이었다. 이적료 개념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 일본행을 선택한 선수들은 거액의 이적료(임대료)를 받았다. 오승환 이전엔 이상훈(현 두산 코치)이 주니치 드래곤즈로 가면서 LG 트윈스는 2억엔을 받은 게 가장 적은 금액이었을 정도다. 정민태(현 한화 코치)가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가면서 현대 유니콘스에 안긴 금액은 무려 5억엔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일본 무대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적료에 대한 시선도 달라진 게 사실이다. 양현종이 일본 진출로 우회할 경우, 해당 구단이 KIA가 받아들일 만한 금액을 제시해야만 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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