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연봉을 안겨주신, 망설임 없이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신 대표님과 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넥센 히어로즈의 연봉 계약 발표는 특별하다. 매년 가장 상징성 있는 선수에게 전 구단 최초로 '1호 계약'을 안긴다.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먼저 연봉 계약 사실이 발표되는 선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다. 물론 거액의 연봉 인상은 기본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시상식, 프로야구 전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날 연봉 계약 사실을 발표한다. 한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골든글러브 수상이 확실한 상황에서 아예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난해 넥센은 골든글러브 시상식 오전 4번타자 박병호의 연봉 재계약 사실을 발표했다. 박병호는 2억2000만원에서 2억8000만원이 오른 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날 저녁 시상식 자리에서 당연히 연봉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박병호는 "통 크게 쏴주신 대표님께 감사 드린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올해는 서건창이었다. 서건창은 이날 오전 구단 사무실에서 연봉 재계약을 마쳤다. 올시즌 9300만원에서 222.6%가 상승한 3억원에 계약했다. 순식간에 억대 연봉을 넘어 3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된 것이다.
서건창은 2014년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다. 프로야구 최초로 200안타 고지를 밟았고, 타격-최다안타-득점 부문 3관왕에 올랐다. 페넌트레이스 MVP는 물론, 각종 시상식마다 최고의 선수로 꼽혔다. 골든글러브 역시 그의 몫이었다.
서건창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당당히 무대로 걸어 올라갔다. 마이크를 잡은 뒤,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은 '연봉'이었다. 서건창은 "먼저 기대 이상의 연봉을 안겨주신, 망설임 없이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신 대표님과 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연봉 대박'과 동시에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신고선수 신화'를 만든 그만의 성실함을 엿볼 수 있는 멘트였다. 이날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운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지명타자)도 있었지만, 2루수 부문에서 유효표 321표 중 292표로 91%의 득표율로 황금장갑을 차지한 서건창 역시 충분히 주인공다운 모습이었다.
넥센은 외국인 선수 밴헤켄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초청했다. 지난 2007년 리오스(두산 베어스) 이후 7년만에 20승 고지를 밟으며, 최고의 에이스로 우뚝 선 밴헤켄은 골든글러브 수상 가능성이 높았다. 2009년 로페즈(KIA 타이거즈) 이후 5년만에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선수들의 특성상 골든글러브 시상식 참여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넥센은 밴헤켄과 내년 시즌 80만달러에 재계약하면서 항공편을 제공,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초청했다. 밴헤켄은 아내 앨리나와 함께 입국해 이날 시상식장을 찾았다.
밴헤켄은 278표로 86.6%의 득표율을 얻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시상식 참가로 투표인단의 '표심'을 얻고, 동시에 시상식장을 빛내는 '팬서비스'까지 한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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