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은 매년 12월이 되면 각종 시상식으로 분주하다. 하지만 프로 출범과 역사를 같이 한 골든글러브 시상식만큼의 권위를 지닌 시상식은 없다.
시상식이지만 모든 프로야구 관계자와 미디어, 그리고 팬들이 함께하는 한바탕 축제이기도 하다. 9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그랬다. 선수들은 각자 공을 들여 멋진 수트 차림으로 시상식장에 나타났다. 팬들은 그런 선수들에게 환호와 플래시 세례를 퍼부었다. 또 시상식장에서는 흥미로운 장면도 여럿 포착됐다. 대표적인 3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베스트 드레서, 롯데 집안싸움?
선수들은 유니폼을 벗고 이날 만큼은 멋진 수트로 몸매를 과시한다. 쭉 뻗은 체격의 선수들에게서는 일류 모델같은 포스가 느껴진다. 박용택이나 이승엽, 강정호 등은 클래식한 턱시도 차림으로 품위와 멋을 한꺼번에 잡아냈다.
그런 와중에 가장 눈길을 끈 '베스트 드레서'는 손아섭과 황재균이었다. 손아섭은 짙은 감색 수트에 카모플라주(군복 문양) 패턴이 들어간 하얀 셔츠를 받쳐입은 최신 유행 수트를 입었다. 특히 손아섭이 신경을 쓴 것은 신발. 두터운 바닥 옆면도 카모플라주 무늬였다. 손아섭은 "이 정도는 입어줘야 최신 유행을 안다고 할 수 있다"며 껄껄 웃었다.
하지만 손아섭보다 더 튄 선수가 따로 있다. 바로 팀 동료 황재균. 황재균은 아예 반짝이 카모플라주 무늬의 양복을 입고 노타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발은 N사의 한정 판매 농구화였다. 에나멜 그린(반짝이 녹색)색의 농구화는 양복과 묘한 조화를 이뤄 팬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베스트드레서는 황재균의 몫이었다.
영상 수상소감, 양의지
이날 가장 적은 표차로 포수 골든글러브를 받은 양의지는 이날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충분한 이유가 있다. 지난 6일 결혼식을 올려 현재 신혼여행 중이기 때문이다. 결혼식 날짜는 이미 일찌감치 정해놓은 인생의 중대사다. 게다가 골든글러브 수상도 확신할 수 없었다. 결국 양의지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참가 대신 신혼여행을 택했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놨다. 두산 프런트는 양의지가 상을 받을 것을 대비해 미리 영상으로 수상소감을 찍어놓는 센스를 발휘했다. 결국 상은 두산 배터리코치가 대리 수상했지만, 양의지는 무대 전면에 영상으로 등장해 감사 인사를 확실하게 전했다.
김광현에게 속닥속닥 강정호
이날 김광현은 사랑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참가했다. 김광현이 시상식장에 나타나자 바로 강정호가 옆으로 불렀다. 그러더니 속닥속닥 둘만의 대화에 몰입했다. 포스팅을 앞둔 강정호가 이미 먼저 포스팅을 한 뒤 메이저리그 샌디에고 파드리스 구단과 입단 협상을 벌이고 돌아온 김광현에게 현지 분위기 등의 팁을 물어본 것이다.
강정호는 "협상이 잘 됐나. 어떨 것 같나"등의 질문을 한 뒤 궁금했던 것들을 은밀히 물었다. 이어 향후 훈련 일정등을 서로 공유했다. 미국행을 앞두고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는 듯 했다. 김광현은 차분하게 강정호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전하려 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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