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느낌이다. 류현진 이후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포스팅 잔혹사'가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됐다. 기대에 못 미치는 포스팅 금액에도 원 소속팀 SK 와이번스의 대승적인 결정으로 최고액인 200만달러를 적어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한 달간 입단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사실 낮은 포스팅 금액부터 험난한 도전이 예상됐다. 일본과 한국의 포스팅 역사를 살펴볼 때, 계약 규모는 포스팅 금액으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구단들은 선수의 영입 비용 중 절반 가량을 이적료인 포스팅 금액으로 써내고, 나머지를 선수의 몫으로 두곤 한다.
김광현 역시 기대 이하의 조건을 제시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구단이 40인 로스터를 비우는데 난색을 표하면서 마이너리그 계약을 제안했을 수도 있다. 김광현도 꿈을 위해 도전을 선택했으나, 악조건에서 출발할 경우 입단 이후에도 기회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낮기에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이후 포스팅에 도전한 또다른 좌완 에이스 양현종은 약 150만달러(추정)의 낮은 포스팅 금액에 원 소속구단 KIA 타이거즈가 수용을 거부했다. 결국 한국을 대표하는 두 왼손투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나란히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건 강정호다. 강정호는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도전한다. 남다른 의미가 있다. 여기에 시즌 때부터 미국 현지 언론에서 강정호를 조명하는 등 현지 홍보도 잘 돼 있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시즌 내내 강정호의 모습을 관찰해왔다.
오는 15일 포스팅 신청을 앞두고 현지에서도 다양한 분위기가 관측되고 있다. 강정호의 포스팅에 관심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몇몇 구단은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사실 포스팅을 앞두고 관심 여부가 드러나는 건 좋은 일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인 내야수를 영입하려는 구단들이 "우리가 관심 있소"라고 홍보할 필요는 없다. 어찌 됐든 앞서 실패한 김광현, 양현종과는 달라 보이는 건 확실하다.
문제는 강정호의 장타력을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인정해 주느냐다. 이미 두 좌완 에이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현지에서도 한국 프로야구 기록을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어떻게 환산해야 할 지 몰라 난감한 게 사실이다. 분명한 점은 강정호가 한국 최고의 파워히터 유격수라는 것이다.
류현진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에서 포스팅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류현진이 정말 '특별한' 케이스였을까. 강정호가 이제 메이저리그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린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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