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외야수. 비록 타율은 떨어지더라도 한 방이 있는 왼손타자. 하지만 새 둥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FA(자유계약선수) 미아가 될 위기에 처한 이성열(30·전 넥센 히어로즈)의 얘기다. 이성열은 지난해 18홈런에 이어 올해도 14홈런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타율 2할5푼8리로 여전히 정확성은 낮지만, 하위 타선에서 한 방을 쳐주기에 이만한 타자도 없다. 또한 왼손 대타 요원으로도 쏠쏠한 활약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이성열은 FA를 선언한 뒤, 넥센과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시장에 나왔지만, 자신을 찾는 팀은 없었다.
이유는 바로 획일화된 FA 보상규정 때문이다. 올해 연봉 1억1000만원을 받은 이성열을 타 구단에서 데려가려면, 연봉의 200%인 2억2000만원에 보상선수 1명 혹은 연봉의 300%인 3억3000만원을 넥센에 보상해야 한다.
최근 FA 등급제 얘기가 나오는 건 이성열을 비롯한 FA 미아들을 구제하고자 함이다. 준척급 FA들의 이적을 막는 획일화된 보상 규정을 손봐, 연봉 혹은 기록에 준해 FA 등급을 매겨 보상 규정을 차등 적용하자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팀내 연봉에 따른 등급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성열 외에도 아직 미계약 상태로 남은 나주환 이재영(전 SK 와이번스), 차일목(전 KIA 타이거즈) 등이 FA 등급제로 전환할 경우, 보상 규정이 완화돼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일본 프로야구 기준으로는 B~C등급에 속하는 FA다.
이성열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통화에서 "넥센과는 서로 언제 만날까 하고 있는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화는 하려 하지만, 구단으로서는 급할 게 없다. 선수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성열은 FA 규정은 규정이기에 어쩔 수 없다며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예전부터 보상선수라는 규정이 있었기에 내가 왈가왈부하기 그렇다. 물론 보상 규정이 없어진다면, 다른 선수들이 쉽게 갈 수 있어서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입장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FA 등급제 등이 채택된다면, 분명 선수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이성열은 "만약 제도가 바뀐다면, 선수 입장에서는 FA를 신청해도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선수는 물론, 데려가는 팀이나 잔류하는 팀 모두 서로 좋을 것"이라며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좋은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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