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진의 화두는 '원톱 대안 찾기'였다. 이동국(36·전북)과 김신욱(27·울산) 등 한국 축구의 간판 타깃맨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대체 카드를 찾아야 했다. '윙포워드'에 적합한 손흥민(23·레버쿠젠)을 원톱으로 기용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손흥민이 싫다면 안 시킨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사실 손흥민만한 대안도 없다.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원톱 기용은 시험대에 올라있었다. 결론적으로 원톱 손흥민은 없었다. 이날 4-2-3-1 포메이션의 최전방에 선발 중용된 선수는 이근호(30·엘 자이시)였다. 그러나 움직임은 '섬'이었다. 손흥민 구자철(26·마인츠) 조영철(26·카타르SC) 등 2선 공격수들과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단조로운 공격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반 롱볼 위주의 공격 전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공권 장악과 볼 키핑 등 원톱의 자질을 보여주지 못했다.
원톱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지만, 그 속에서 빛난 존재가 있었다. 손흥민이었다. 전반 세 차례 유효슈팅을 모두 생산해냈다. 전반 16분에는 구자철의 패스를 받아 날린 대포알 왼발 슛이 사우디 골키퍼의 손에 맞고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또 빠른 스피드와 상대의 압박을 벗겨내는 개인기는 유럽 빅클럽에서 손흥민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손흥민과 함께 남태희(24·레퀴야)도 인상적이었다. 후반 구자철과 교체투입된 남태희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면서 답답하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뛰어난 축구센스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발휘됐다. 좁은 공간에서도 2대1 패스를 통해 창조적인 공격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넓은 시야는 남태희의 또 다른 장점이었다. 1-0으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에는 왜 '슈틸리케의 황태자'인지를 알려줬다. 순간적인 움직임을 통한 저돌적인 돌파로 추가골의 발판을 마련했다.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던 구자철보다 낫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청용(27·볼턴)이 가세하면 2선 공격진은 나무랄 데가 없다.
조커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도 있었다. '신데렐라' 이정협(24·상주)이다. 호주아시안컵 최종명단 발표 당시 슈틸리케 감독의 입에서 이정협의 이름이 불렸을 때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예상대로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후반 28분 조영철 대신 교체투입됐다. 그러나 킬러 감각은 살아있었다. 후반 추가시간 골망을 흔들었다. A매치 데뷔골이었다.
원톱에 대한 숙제를 풀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후반 중반부터 살아난 공격에 포지션별 25점 만점에 20점을 줄 수 있는 공격진이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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