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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7월 네비도 주사 처치내역도 진료기록부에서 누락됐습니다. 검찰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때문입니다. 의사는 진료 및 처방 내용을 성실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해당 병원은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 그때그때 지시가 오갔답니다. 진료기록부는 부실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건강증진, 컨디션 관리를 주로 하는 병원이고 그러다보니 진료기록부 기재상태가 양호하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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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측에 도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이야기를 수시로 했답니다. 검찰이 공개한, 의사와 간호사간에 오간 '일일보고' 메신저에도 '박태환님은 스테로이드 성분 크림도, 감기약도 못받으신다고 합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전매니저도, 현매니저도, 선수 본인도 수시로 도핑에 대해 각별한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답니다. 현 매니저는 매니저 역할에 충실하려면 병원 말을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원장과 선수의 대화내용을 녹취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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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에 무지한 의사의 선의와, 선수의 무한 믿음이 빚어낸 결과는 참혹합니다. 만시지탄이지만, 도핑전문의가 없는 '미용, 관리' 중심의 병원은 애초에 가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간호사가 엉덩이주사를 놓기 전에, 주사약 박스와 라벨을 확인하고, "주사약의 성분은 무엇입니까, '네비도'는 무엇입니까, '테스토스테론'은 무엇입니까" 물어보고, 한국도핑위원회(KADA)의 사이트를 즉석에서 직접 검색해 확인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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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지난해 9월3일 박태환의 도핑검사 결과가 10월30일 양성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고의성 여부와 무관하게 금지약물 성분이 나온 이상 징계는 피할 수 없습니다. 선수도 이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선수측 해명도 들어보지 않고, 지난 10년간 피를 쏟을 만큼 열중했던 그간의 노력들을 한낱 '약쟁이'로 치부하는 작금의 상황은 분명 폭력적입니다. 검찰은 보름간의 수사결과, 박태환의 행위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시했습니다. 양측의 엇갈리는 증언, 증거들을 비교, 분석하고, 10여 명의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해외 판례를 찾아보며 밤샘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검찰의 '고의성 없음' 자료를 FINA측에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지만, FINA의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선수는 이미 만신창이입니다.
저는 가장 최근 박태환을 만난 기자입니다. 지난해 12월 말, 1시간 남짓 연말 인터뷰를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선수가 도핑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문제가 있었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인터뷰였습니다. 리우올림픽을 향한 도전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아쉬움, 명예회복의 의지, 정상을 찍고 내려오겠다는 다짐…. 그날 저는 박태환에게 선수로서의 장점을 물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힘든 때일수록 잘 이겨내는 것…. 남들보다 시련을 많이 겪었지만 늘 대범하게 넘기려고 노력해요. 힘든 일이 있으면 처음엔 걱정을 많이 해요. 잠도 잘 못자고 안절부절 못하죠.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돼요. 저를 위해서도 그렇고, 제 걱정을 하는 분들에게도 그렇고…." 그날, 선수의 결연했던 눈빛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많은 이들이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진심은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미디어의 역할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겠죠.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 2012년 런던올림픽 실격파문,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노골드, 화려한 영광만큼 아픈 시련이 많았던 선수입니다. 2년 징계? 1년 반 징계?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27일 FINA 반도핑위원회 청문회에서 '선수' 박태환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칼자루는 오직 FINA가 쥐고 있습니다.
섣불리 속단하고, 앞서서 단죄하기보다 지금은 기다려줘야 할 때입니다. 이 선수가 단지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수영 챔피언, 대한민국에 기적을 선사한 '마린보이'여서가 아니라, 언제든 실수할 수 있고,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대한민국의 스물여섯살 청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다림'입니다. '인간' 박태환에 대한 존중과 믿음입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전영지의 '아마'도 그건]은 아마추어 스포츠 현장에서 발로 뛰며 접한 다양한 이슈와 스토리들을 기자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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