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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체육대상]'잡초' 이광종 감독, '만장일치' 우수지도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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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잡초였다.

꽃을 피우기 위해 14년 간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채 현역생활을 마무리 하고 2000년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로 첫 발을 떼었다.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세계청소년선수권(20세 이하)과 2005년 네덜란드 대회에서 박성화 감독을 보좌했고, 2007년 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현역생활을 보낸 그에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감독은 철저하게 성적과 싸워야 한다. 그의 이력으로는 한 번 실수면 사실상 '재기 불능'이었다. 그래서 더 이를 물었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8강, 2011년 U-20 월드컵 16강, 2013년 U-20 월드컵 8강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벽을 넘지 못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으나,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 뿐이었다. 아시안게임 성적을 지켜본 뒤 계약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뜻이었다. 반전은 화려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 결승에 오르기까지 비난 여론도 팽배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광종 꽃'을 피웠다. 14년 만에 탄생한 '무명의 빛'이었다. '제2의 이광종'을 꿈꾸는 음지의 지도자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임은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급성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결국 꿈이 꺾였다. 한국 축구가 이 감독의 부활을 염원하고 있다.

이 감독은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스포츠조선 제정 제20회 코카콜라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했다.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제패 염원을 이뤄낸 이 감독의 수상에 더 이상 이견을 달 이는 없었다. 이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보낸 세월이 스쳐가자 장내는 숙연함과 응원의 박수로 채워졌다. 투병 중인 이 감독을 대신해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골키퍼 코치가 대리 수상을 했다.

이 코치는 "감독님과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했던 시간들, 선수들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기억이 많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감독님이 병마와 힘들게 싸우고 있다. 그라운드에 반드시 복귀하라는 뜻을 전달하겠다. 기도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동안 곁에서 보좌하며 많은 힘겨운 순간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지도자 인생을 걸으며 이 감독님의 멋진 모습에 감탄하곤 했다. 빠른 쾌유를 위해 많은 이들이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자들은 영상 메시지로 이 감독에게 깜짝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감독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함께 한 이종호 안용우 김영욱(이상 전남)은 "감독님 수상을 축하드린다. 안좋은 소식을 접했지만, 그동안 보여준 강인한 모습처럼 잘 이겨내실 것으로 믿는다. 감독님 파이팅!"이라고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