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뭐…"
모비스 유재학 감독(52)은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2014~2015 프로농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다음 날. 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전자랜드와의 경기를 앞두고서였다. 개막 전까지는 대부분 "힘들다"고 했던 정규시즌 우승이다. 감독 본인도, 프런트 내부에서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합리적인 목표로 내다봤다. 하지만 '만수'가 누군가. 그리고 모비스 선수들이 어떤 독종들인가. 그들은 다시 한번 단단한 '시스템 농구'를 들고 나와 정규시즌을 평정했다. 이쯤되면 감격에 젖을만 하다.
그러나 유 감독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말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기적같은 우승을 일궈내고서도 짧게 기뻐한 뒤 곧바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던 유 감독이다. 앞으로 남은 4강 플레이오프와 그 이후에 대한 걱정이 지금 유 감독의 마음속에 가득하다. '정규시즌 우승의 기쁨'은 이미 머릿속 구석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유 감독은 "앞으로 남은 기간에는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특히나 플레이오프는 분위기가 좌우한다. 지금 전략을 세우는 것보다는 4, 5위팀 끼리 6강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경기를 하는 지를 보고 전술을 세워야 할 듯 하다"고 밝혔다. 상대의 전력과 움직임을 정확히 분석한 뒤에 그에 맞는 대첵을 만들어도 충분하다는 뜻. 이건 모비스 선수들이 워낙 여러가지 전술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유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이 흘린 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유 감독은 "이미 (챔피언전 우승에 대한) 마음은 비웠다"면서도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왓으니 잘해봐야하지 않겠나. 정규시즌 때 잠깐 보였던 전술이 있는 데 이걸 플레이오프 때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순간, '고수는 내공의 3할을 숨긴다'던 무협소설의 명구가 떠올랐다. '당대 최강 고수'인 유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는 와중에도 나중을 위한 비책을 준비해둔 것이다. 과연 유 감독이 감춰둔 모비스의 특급 전략은 어떤 모습일까. 플레이오프에서 나올 모비스의 진면목이 더욱 기대된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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