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현이형이 도움왕 만들어 준다더니 크로스를 못 받더라고요."
불만기 어린 말투와 달리 표정은 웃음기를 숨기지 못했다. 2015년 '울산 치타'로 변신한 김태환(26)에게 중요한 것은 공격포인트가 아닌 FC서울전 승리였다.
프로 6년차 김태환의 친정팀은 FC서울이다. 2010년 넬로 빙가다 감독 체제의 FC서울에서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첫해 리그와 리그컵에서 교체자원으로 나서며 3도움을 기록했다. 뛰어난 기량에도 좀처럼 주전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1~2012시즌 두 자릿수 출전을 기록했으나, 그의 자리는 선발이 아닌 벤치였다. 결국 김태환은 2013년 성남으로 이적했다. 비로소 빛을 냈다. 성남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김태환은 2시즌 간 70경기에 나서 8골-8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수준급 윙어로 자리매김 했다. 뛰어난 돌파 능력과 크로스로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2015년 새롭게 울산 지휘봉을 잡은 윤정환 울산 감독의 선택을 받기에 이르렀다. 선수층이 열악했던 성남에서 빛을 냈던 김태환이 내로라 하는 대표급 선수들이 버틴 울산에서 제대로 기를 펼지 미지수였다.
물 만난 고기였다. 김태환은 8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에서 오른쪽 윙어로 출전, 팀의 2대0 완승을 이끌었다. 돌파와 크로스는 성남 시절보다 더 날카로워졌다. 후반 32분엔 김신욱의 패스를 오른쪽 측면에서 정확한 오른발슛으로 연결,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장면도 만들어냈다.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이적 후 첫 경기서 만족스런 활약을 펼쳤다.
김태환은 경기 후 "상대가 FC서울이었기에 더 힘을 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서울에선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며 "동계 훈련 때 개막전 상대가 FC서울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성남에서 키운 실력을 FC서울전에서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훈련 중) 힘겨운 순간도 있었지만 FC서울전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눈을 빛냈다. 그러면서 "동계 훈련의 성과를 오늘 경기서 증명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울과 성남서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김태환에게 울산은 새로운 도전의 무대다. 김태환은 "울산은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더 노력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공격포인트가 몇 개인지는 중요치 않다. 팀이 승리해야 나도 있는 것"이라고 당찬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김)신욱이형은 청소년대표 시절 발을 맞춰봤고, (양)동현이형은 워낙 실력이 좋은 선수다. 따르따, 제파로프 등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도 좋아 편하게 뛸 수 있다"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