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들이 권력기관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10대 재벌그룹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4명은 청와대나 장·차관 등 정부 고위직,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그룹이 올해 주총에서 선임(신규·재선임)하는 사외이사 119명 가운데 39.5%(47명)는 장·차관, 판·검사,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9.7%(50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직업별로 살펴보면 정부 고위직이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판·검사(12명), 공정위(8명), 국세청(7명), 금감원(2명)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올해는 전직 장·차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정부 고위직 18명 가운데 장·차관 출신은 12명(66.7%)으로 지난해(6명·27.2%)의 2배였다.
그룹별로 보면 두산그룹은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8명(88.9%)을 권력 기관 출신으로 선임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한진그룹의 권력 기관 출신 비중은 각각 50.0%였다. 뒤를 이어 GS(40.0%), 삼성(39.3%), SK(35.0%), 한화(33.3%), 롯데(30.8%) 등의 순이었다. 반면 LG그룹은 사외이사 13명 가운데 1명만 검찰 출신으로 선임해 권력 기관 비중(7.7%)이 가장 낮았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기업 이사회의 안건 가결률은 거의 100%에 달한다. 공정위가 2013년 5월~2014년 4월 47개 민간 대기업집단의 상장사(238개)의 이사회 안건 5718건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부결된 안건은 단 3건(0.05%)에 불과했다.
이에 경영진의 방만 경영과 독단적 결정을 감시·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애초 도입 취지에서 벗어나 권력과 재벌이 상부상조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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