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서 간디 못잖은 문제적 영웅 '몬테수마 2세'
'문명시리즈'에서 간디는 최고의 깡패(?) 리더로 꼽힙니다. 실제 인물과 게임 속 인물이 완전 딴판인 반전의 매력 때문이죠.
실제 역사에서 비폭력평화주의의 상징 간디가 게임 속에서 "순순히 금을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 "수다는 그만 떨고 어서 목숨이나 내놓으시지"라며 협박하는 모습은 문명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죠. 간디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개그프로에서 패러디 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게임 속 몬테수마 2세, 간디 뺨치는 '배신의 아이콘'
그런데 문명 시리즈에서 간디만큼 포악한(?) 성격의 소유자가 또 있습니다. 바로 아즈텍의 리더 몬테수마 2세죠. 그가 게임에서 썼던 대사를 몇 가지 들어볼까요?
"크하하, 미친 듯이 피를 쏟아내 보자!",
"온 세상을 네놈 병사들의 피로 물들일 것이다.",
"너의 포로들을 대부분 제물로 바쳐버렸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내놓지 않으면 다 죽여 버리겠다!"
"뭐? 안돼? 이 망할 자식! 당장 내 도끼를 가지고 와라."
헉! 이정도면 거의 정신 나간 수준 아닌가요? 격조 있게 상대를 위협하는 간디와는 달리 몬테수마 2세는 한마디 한마디가 살벌 그 자체입니다. 게임 안에서도 그의 호전성은 장난이 아닙니다. 일단 아즈텍은 만났다하면 쳐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죠.
문명 시리즈에서 아즈텍 종족은 대표적인 '배신의 아이콘'으로 통합니다. 친밀 관계가 높더라도 틈만 보이면 뒤통수를 치는 일이 허다하죠. 문명5에선 '배신의 아이콘'을 간디에게 넘겨주었지만, 여전히 상대하기 꺼려지는 종족입니다. 근처에 아즈텍이 있으면 화친할 생각 말고 무조건 때려잡으라는 말도 있습니다.
문명 온라인의 아즈텍도 기존 시리즈 이상의 호전적인 종족으로 거듭났습니다. 4종족 중 상대적으로 늦게 업데이트 된 아즈텍은 2차 CBT 첫 번째 세션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막강하다는 로마 군단을 때려 부수고 문화승리까지 챙겼죠.
인구수도 가장 많았습니다. '미친 듯이 피를 쏟아보자'라는 몬테수마 2세의 살벌한 대사처럼 문명 온라인 대륙은 아즈텍인의 발 아래 피를 뿌렸죠. 패키지나 온라인이나 게임 속 아즈텍은 그만큼 후덜덜한 종족입니다.
하지만 실제 몬테수마 2세가 게임을 해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참으로 기가막힐 것입니다. 역사에서 그는 포악한 정복자가 아닌, 어리석고 순진한 왕으로 그려집니다. 그럼 실제 역사에서의 몬테수마 2세를 만나볼까요. 여기서 잠깐! 게임 속 몬테수마를 기대했던 팬들은 멘붕에 빠질 수 있으니 그점 유의하시길... ㅋㅋ
역사속 몬테수마 2세, 미신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왕
몬테수마 2세는 아메리카 대륙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 중 하나입니다. 제국의 통치자였던 그는 강력한 권력을 누렸지만, 두려움과 미신에 사로잡혀 나라를 망친 무능한 왕으로 전락했죠.
1466년 태어난 그는 증조부인 몬테수마 1세가 설립한 아즈텍 제국의 4대 왕으로 등극하죠. 여담으로 그의 증조할머니가 게임 속 아즈텍 보좌관으로 나오는 미아공주 입니다.
몬테수마 2세가 왕이 되자 모든 백성들은 그를 경외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무능력한 정치를 펼쳐 나라를 말아먹습니다. 감히 그를 쳐다보는 평민들은 전부 처형할 정도로 공포정치를 펼쳤습니다.
역사에서 그는 사색을 즐기고 학구적인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게임 속 호전적인 이미지와는 딴판이죠. 다만 미신을 너무 맹신한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특히 '갈대의 해 원년'에 해당하는 1519년 신이 재림한다는 예언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는 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양을 자행했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요. 그가 신이 재림하는 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던 1519년, 스페인 군대가 아즈텍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되죠.
몬테수마는 스페인 장교 '에르난 코르테스'가 예언에 나온 신이라고 믿어버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란 머리에 푸른 눈, 그리고 철제갑옷을 두른 서양인들의 모습은 아즈텍인의 눈에는 신으로 착각할 만 했죠.
몬테수마는 이들을 마치 신을 모시듯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스페인군은 몬테수마를 잡아가둔 후 꼭두각시 통치자로 이용했죠. 얼마 후 몬테수마는 자신이 착각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죠.
진실을 알게 된 백성들은 침략자를 신이라 믿고 있었던 왕의 어리석음을 원망했습니다. 몬테수마는 분노한 백성들의 손에 죽었거나, 에스파냐군에 의해 살해됐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사실이든 미신에 사로잡혀 백성들을 죽이고, 침략자를 스스로 불러들인 그는 역사에 어리석은 왕으로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몬테수마 2세가 죽은 후, 아즈텍 제국은 코르테스가 이끈 에스파냐 군에게 철저히 파괴됩니다. 역사의 비극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