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했으니 지켜야죠."
인천 김도훈 감독이 한 번 제대로 망가지게 생겼다. 팬을 위해서다.
인천은 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대전과의 원정경기서 2대1로 승리했다. 9경기 만에 비로소 리그 첫승을 거둔 것이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첫승 세리머니에 대해 언급했다. 올 시즌 인천 사령탑으로 데뷔한 초보 김 감독은 시즌을 시작하기 전 각종 인터뷰를 하며 감독 데뷔 첫승을 했을 때 어떤 세리머니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공약'을 해야 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맥아더 장군 복장을 한다는 것과 그라운드에서 슬라이딩 세리머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맥아더 장군은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역사적인 인물로 인천의 상징으로 통하기도 한다. 연고지 인천의 지역 특성을 살려 맥아더 장군 복장이라는 팬들의 아이디어가 나오자 김 감독이 흔쾌히 수용한 적이 있다.
김 감독은 "나는 말을 했으면 지키는 스타일이다. 사실 첫승을 자꾸 하지 못해서 살짝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난다"면서 "다음 홈경기 때 팬들께 약속한 세리머니를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그런데 구단에서 (복장)준비가 될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그렇다면 맥아더 장군 복장으로 슬라이딩까지 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두 가지 약속을 지키려면)아마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인천은 오는 9일 제주를 상대로 홈경기를 치른다. 프로축구 특성상 경기 시작 전에 무슨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이번 제주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특이한 퍼포먼스를 기분좋게 감상할 수 있다.
김 감독이 이날 첫승 세리머니를 언급한 것은 이제 승리의 맛을 봤으니 내친 김에 계속 상승세를 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김 감독은 이날 대전전 승리에 대해 "먼저 선수들이 고생 많이 했다. 충분히 1승을 자격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1승을 위해서 많이 힘들게 노력했다"면서 "연휴 기간이라 길도 많이 막힐 텐데 대전까지 찾아와 응원해주신 서포터들도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더불어 김 감독은 "사실 그동안 승리를 하고 싶은 마음은 많았으나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숨기고 있었다"면서 "승리를 챙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계속 갖고 있었던 것이 늦더라도 기다리 게 한 원동력이 됐다. 지난 겨울에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 이제 조금씩 보상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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