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K리그 사상 처음으로 물병을 그라운드에 투척한 관중이 퇴장당했다.
1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포항-성남의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사건은 후반 추가시간에 벌어졌다. 성남의 프리킥 상황을 앞두고 팬들과 선수들의 시선은 주심에게 쏠려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주심은 경기 진행 휘슬을 불지 않았다. 주심은 스탠드석 맞은편의 관중석을 가리켰다. 한 관중이 그라운드에 물병을 던진 것이 선심에 의해 발각됐다. 팬이 퇴장하지 않으면 경기를 계속 진행시킬 수 없다는 주심의 요구에 따라 포항 구단 경호원이 이 팬을 경기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퇴장 조치였다.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항의하는 일부 팬과 경호진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5분의 추가시간 중 3분 이상이 지연됐다.
화근은 90분 내내 드러난 애매한 주심 판정이었다. 포항이 전반 16분 손준호의 페널티킥 골, 후반 24분 이광혁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앞서나가던 상황에서, 후반 38분 포항 공격수 고무열이 퇴장 당했다. 후반 인저리타임 성남 조르징요, 히카르도에 2골을 내리 허용하며 스코어는 2대2가 됐다. 포항 팬들이 눌러 참았던 화를 노골적으로 터뜨렸다. 경기 내내 양팀 코칭스태프도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드러낸 경우가 잦았다. 후반 38분에는 김일진 포항 골키퍼 코치가 주심 판정에 거세게 항의하다 퇴장당하기도 했다.
결국 양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대2로 비겼다. 경기가 끝난 뒤 포항 구단은 심판진과 팬들의 마찰을 예상해 조치를 취했다. 심판진의 차량을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출입구 반대편으로 옮겨 심판들을 경기장 밖으로 내보냈다. 팬들은 1시간 가량 경기장을 빠져나올 심판들을 기다리다 해산했다.
이날 이 경기를 담당한 프로축구연맹 매치 코디네이터는 "11일 경기 평가 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한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밝혔다. 연맹은 물병 투척만으로 징계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세부 항목을 평가한다. 선수 위협 정도, 경기 지연 정도, 물병의 마개 개폐 정도 등을 따져 상벌위 회부 여부를 가리게 된다.
포항 팬들의 그라운드 물병 투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울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도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당시 비기기만 해도 울산의 우승이 결정나는 상황에서 후반 막판 경기를 지연한다는 이유로 김승규 울산 골키퍼를 향해 물병을 던지는 위험한 행동을 범했다.
출범 30년이 넘은 K리그에서 관중이 퇴장당한 사례가 있을까. 주심이 직접 관중을 퇴장시킨 건 최초 사례라는 것이 연맹 측의 설명이다. 연맹 관계자는 "관중 퇴장은 홈팀의 재량이다. 그러나 주심이 이렇게 퇴장을 명령한 건 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포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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