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한 경기가 끝난 뒤 발생하는 데이터의 양은 얼마나 될까. 팀별 데이터에다 선수 개인별 데이터까지 더하면 어마어마한 양이 된다. 스코어, 슈팅 수 등 단순 데이터부터 헤딩 경합 승률, 특정 공간 진입 횟수 등 특수 데이터까지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숫자로 나타나는 데이터는 단순 숫자에 그칠까. 아니다. 차곡차곡 축적된 데이터 파워는 상상 그 이상이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이끄는 유럽축구는 오래 전부터 데이터를 잘 활용해 왔다. 세계적인 리그와 명문 클럽들은 분석과 가공을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데 적용해 왔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좋은 케이스다. 세계 축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J리그에 정교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 반복되는 문제점과 변수를 줄여왔다.
최근 K리그에도 본격적인 '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프로축구연맹은 올초 데이터를 활용한 스토리텔링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난달 15일, 그 열매를 맺었다. 연맹은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인 '풋볼 애널라이저'와 '넷 스트라이커'을 통해 클래식과 챌린지 1라운드부터 입수된 데이터를 가공처리해 분석 보고서를 각 구단에 전달하고 있다. 구단들은 기존 전력분석관의 분석 자료와 연맹 보고서를 적절하게 혼용해 변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긍정적인 편이다. 클래식 A구단 관계자는 "코칭스태프에서 그 동안 영상으로만 확인했던 선수들의 장단점을 데이터로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데이터로 변수를 잡았던 경우도 나타났다. 부상자 속출로 8, 9라운드에서 연패를 당한 수원이 지난달 9일 광주전에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부상에서 회복한 오범석의 힘이 컸다는 것이 증명됐다. 수원은 광주전에서 조성진 양상민(이상 중앙) 오범석(오른쪽) 홍 철(왼쪽)로 이어지는 포백라인을 가동했다. 이들 포백이 가동된 것은 7라운드 서울전 이후 3경기 만이었다. 오범석이 부상에서 복귀하자 요동쳤던 수비 불안이 없어졌다. 또 골키퍼 정성룡이 안정을 찾은 것도 무실점에 도움이 됐다. 대전과의 8라운드에 이어 시즌 두번째 경기에 출전한 정성룡은 광주를 상대로 3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내며 골문의 안정감을 높였다. 오범석과 정성룡이 전체 수비 안정에 큰 기여를 했음이 데이터로 확인됐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정교한 분석 데이터는 환영받는 분위기다. 챌린지 B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은 정작 자신의 활동 범위를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분석 데이터를 받아본 뒤 이전 경기에서 부족했던 점을 다음 경기에서 보완할 수 있게 돼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돌아온 축구천재' 박주영(30·서울)이 좋은 예다. 활동 영역이 달라지자 올 시즌 K리그 복귀 후 첫 필드골을 신고했다. 박주영은 지난달 16일 전남전에서 전체 활동 영역 중 페널티박스 안에서 13%의 비중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첫 출전이었던 제주전(0%)부터 인천전(7%)과 대전전(3%)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이다. 즉, 박주영은 앞선 3경기와 달리 전남전에서는 골에 근접할 수 있는 문전 부근에 접근하는데 집중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제주의 공격수 강수일(28)이 이번 시즌 득점왕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이유도 단점을 극복한 결과다. 데이터가 말해준다. 강수일은 2013년까지 골 결정력과 슈팅 효율이 떨어지는 공격수였다. 2007년 인천에서 데뷔한 뒤 2013년까지 189회의 슈팅을 시도, 84회의 유효슈팅과 16골을 기록했다. 슈팅 당 유효슈팅 비율은 44.4%. 슈팅 당 득점은 0.084골, 유효슈팅 당 득점은 0.19골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포항 임대 후 비상을 시작했다. 유효슈팅 비율은 50%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슈팅 당 득점(0.18골)과 유효슈팅 당 득점(0.35골)이 각각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는 더 인상적이다. 12라운드까지 슈팅 당 득점은 0.21골, 유효슈팅 당 득점은 0.42골로 지난해보다 더 상승했다. 올 시즌 경기당 득점율은 데뷔 후 8시즌의 평균인 0.13골보다 3배 이상 높은 0.45골이다.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면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득점이 많아졌다. 골대와 먼 거리에서 날려 득점 확률이 떨어지는 슈팅이 줄었고, 골문 가까이 접근해 슈팅을 시도했다. 포항에서 부활할 수 있었던 데이터를 임대를 마치고 복귀한 제주에서도 적용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축구가 숫자와 거리가 멀다는 것은 이제 과거의 얘기다. 현장 지도자들의 느낌과 경험도 충분히 존중돼야 하지만, 경기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으로 변수를 줄여나간다면 더 무서운 팀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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