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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종영, 죽을 작품도 살린 '갓수현' 김수현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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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갓수현'이다.

KBS2 금토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가 종영했다. 20일 방송된 '프로듀사' 마지막회는 17.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지난 5월 15일 10.1%로 첫 출발한지 12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것.

사실 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1회 방송 후에는 어설픈 다큐멘터리 형식을 도입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윤성호PD 대신 표민수PD가 투입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이유 연기력 논란도 있었다. 도도한 신디가 아닌 어색하고 불편한 캐릭터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짧은 회차 때문이었는지 스토리 라인에도 문제가 보인다. 백승찬(김수현)은 첫사랑 누나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기 위해 KBS 예능국 PD가 된 인물이다. 그런데 첫사랑이 회사를 휴직하고 한회도 되지 않아 탁예진(공효진)에게 묘한 감정을 느꼈다. 순정남의 갑작스러운 변심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또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신디(아이유)에게 명확한 태도도 보이지 않아 '어장관리' 지적도 생겼다.

예능 드라마로 보기에도 애매했다. 예능국PD들의 리얼 스토리를 그린다던 컨셉트와 달리 전형적인 박지은 작가표 로맨틱 코미디물로 변질됐다. 나영석PD 등 실존 인물들의 이름만 거론됐을 뿐 그 어디에도 순도 100% 예능국 이야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주인공들의 사각관계라도 제대로 그려냈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백승찬 분량을 몰아주다 보니 이 과정에서 라준모(차태현) 캐릭터가 존재감을 잃어버려 더욱 불만을 야기했다.

PPL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milk A4용지, 다른 신발을 두 번이나 퇴짜 놓은 뒤에야 만족한 스베누 운동화, 라인, 스타일난다 등 장면 장면마다 PPL이 쏟아졌다. 12회 총 제작비 48억 원의 절반 가량을 PPL로 메웠을 정도. 더욱이 PPL로 쓰인 크눌프 출판 도서 '데비안'과 '수레바퀴 아래서' 등 세트 도서는 번역 표절 건으로 검찰 수사도 받게 됐다.

이래저래 문제도 많은 작품이었지만 모든 걸 감싸안은 건 김수현이다. 김수현은 '프로듀사'를 통해 변신을 감행했다.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캐릭터는 완벽에 가까운 인물들이었다. '드림하이' 삼동이는 천재성을 자각하지 못한 캐릭터였고,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은 한마디로 완벽남이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원류환 역시 임무를 위해 바보인 척 하고 있지만 실상은 북한 최고의 공작원이다. 그런 김수현이 2% 모자란 어리숙남 백승찬을 연기한 것. 첫 도전이었지만 캐릭터 분석은 완벽했다. 탁예진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아버지 외제차 수리비를 받아내는 고지식남, 행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어리숙한 신입, 짝사랑 누나를 향한 순정을 간직한 로맨틱 가이, 그 가운데 소심한 복수도 잊지 않는 귀여운 모습까지 한번에 여러가지 매력을 뿜어냈다. 디테일한 표현력과 명석한 캐릭터 분석으로 그가 배우로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줬다. 출구를 막아버리는 완벽한 연기력에 시청자 역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프로듀사' 후속으로는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네 멋대로 해라'가 방송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