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기 때는 알고 있었는데, 오늘은 끝나고 알게 됐다."
K리그 단일팀 200승이란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지만, 최강희 전북 감독(56)의 표정은 담담했다.
전북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부산 아이파크와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홈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세 경기 만에 아홉수에서 벗어난 최 감독은 2005년 7월 전북의 사령탑으로 부임 이후 K리그와 FA컵,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등을 합쳐 200승(90무104패)을 달성했다. 최 감독은 K리그 단일 팀 최다승(202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김 호 전 수원 감독과의 차이를 2승으로 줄였다.
최근 전북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 6경기에서 1승(3무2패)밖에 따내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날 경기 전 만난 최 감독은 네 가지 원인을 얘기했다. 첫째, 체력 저하였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주중과 주말 경기로 많이 지쳤다"고 설명했다. 전북은 20대 초반 선수가 많지 않다. 베테랑들이 즐비하다. 36세인 이동국을 비롯해 에두, 에닝요(이상 34), 김형일(31) 조성환(33) 등 주전 멤버들이 30대로 구성돼 있다. 이동국은 최 감독의 배려 속에 한 경기를 선발로 뛰면 다음 경기는 벤치에서 시작한다.
둘째, 분위기가 처져있다. 최 감독은 "5월 31일 성남 원정에서 1대2로 패한 뒤부터 급격하게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무승부가 가장 좋지 않다"고 했다. 전북은 최근 수원, 전남과 나란히 2대2로 무승부를 거뒀다.
셋째, 부상자가 많다. 백업 자원이 쓰러졌다. 스트라이커 이상협은 왼무릎이 안 좋다. 팔방미인 김동찬 역시 오른 갈비뼈가 부러졌다. 한교원은 폭력사태 징계로 총 8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7월 8일 광주와의 21라운드 홈경기부터 나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대 팀의 내성을 꼬집었다. 최 감독은 "모든 팀들이 우리와 한 경기씩 해봤기 때문에 적응력이 높아졌을 것이다. 전술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이 생겨 고전하고 있다"며 "시즌 초반 벌어놓은 승점으로 버티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감독 혼자 속이 시커멓다"며 웃었다.
이날 최 감독에게 200승을 선물한 주인공은 '라이언킹' 이동국이었다. 전반 32분 선제골과 후반 43분 페널티킥 결승골로 드라마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경기를 마친 최 감독은 200승을 달성하면서 겪었던 옛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했다. 그러면서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되돌아보면, 이긴 기억이 많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감독 데뷔전이다. 잊을 수 없다. 대패했었다. 감독 데뷔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역시 최 감독하면 이동국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부진하던 이동국을 성남에서 데려와 전북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꽃피우게 만들었다. 최 감독은 "(동국이와) 서로 표현은 아니지만 선수와 감독의 관계를 넘어선 그 이상인 것 같다"며 "내 입장에선 부상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특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승은 그 동안 전북을 거쳐갔던 선수와 현재있는 선수들이 만들어준 기록이다. 몸담고 있는 동안 계속 승수를 쌓겠지만 기록의 의미보다 우리 팀이 선두권에 있고,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 감독에게 200승을 선물한 이동국은 "감독님이 벌써 200승을 달성했냐"며 깜짝 놀란 뒤 "나는 말년에 행복한 축구를 하고 있다. 최 감독님은 행복을 안겨준 은인"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전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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