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을 치료하기 원하는 환자 한 명이 진료실에 들어온다. 이 환자의 비만의 패턴에 대해서는 이미 유전자 분석이 완료됐고 그 결과를 가지고 오늘 상담을 할 예정이다. 이 사람의 비만 패턴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그 양상이 알려진지 오래됐고 이미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비만이 될 것이 예상돼왔던 터라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다. 이미 이러한 패턴의 비만 환자에게 효과적인 운동과 적절한 칼로리와 음식 종류가 무엇인지 데이터베이스화 되어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환자는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는 지시사항에 따르기만 하면 적절한 체중감량을 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이 환자가 손목에 차고 있는 전자 장비를 통해 신체 활력지수와 에너지 소모량이 실시간으로 병원으로 전송이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 효과를 판단해 환자에게 포만감을 유지시키면서 칼로리가 제로인 음식을 권유하거나 환자의 지방세포에서 에너지원을 추출해 사용하게 하는 방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상상으로 그려본 앞으로 진료실에서 이루어지는 비만 치료의 모습이다. 앞선 칼럼에서도 미래의 다이어트 모습에 대해 잠깐 상상해 본 적이 있는데, 상상은 상상일 뿐 결국 다이어트는 우리의 매일매일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먹고, 적게 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여러 과학기술이 그러하듯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많은 기술들이 이미 우리 주변에서 현실화되어 있는 것처럼 이러한 비만 치료에 대한 우리의 상상들도 그저 장난처럼 여길 수만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의사들 사이에서도 비만치료 영역에서의 첨단 기술에 대한 논의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들이 의사들의 업무를 대체할 거다'라든가, '이러한 기술은 절대 기계가 대체할 수 없을 거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의료영역에서도 새로운 기계들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다양하게 터져 나오고 있고 특히나 비만 영역에 관심이 있는 의사들은 운동, 식이 분야에서 과학적 기술들이 적용된 다양한 디바이스들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디바이스들은 이미 적지 않게 개발돼있고 지금도 많은 연구개발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과연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인지, 근거 있는 효과를 보여줄지에 대한 궁금증들로 이어지고 있는 단계다.
최근에 이러한 우리들의 궁금증에 대한 내용을 담은 논문이 발표됐다. 전기적으로 환자의 활동량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이용해 비만환자의 체중과 운동량을 모니터링 했고 이것을 통해 환자의 비만치료를 적용해봤을 때 환자의 비만 치료에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는 논문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비만 치료 영역에서 활용되는 과학 기술들이 과연 실제로 진료 영역에서 어느 정도에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우리의 궁금증에 과학 기술 장비들이 의미 있는 체중감량과 활동량 증가에 도움이 되었다는 결론을 보여줬다. 이러한 결론은 앞으로 연구가 계속 된다면 비만 치료에 있어서 과학기술의 적용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고 조금 더 쉽게 활용가능하며, 조금 더 오래지속 가능한,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예쁜, 조금 더 저렴한 디자인의 비만 치료 및 모니터링 장비들이 개발될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비만 치료에 있어서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규칙적으로 먹고, 적게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다만, 미래의 다이어트 방법은 이러한 비만치료의 핵심사항들을 조금 더 효율적이고 덜 힘들게 해 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수많은 가능성들을 열어주고 있을 뿐이다. 물론 질병과 연관되어있는 비만이나 과체중의 문제는 좀 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들이나 상상을 통해 꿈꿨던 미래의 다이어트 방법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어쩌면 현시점에서 이미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이러한 미래의 다이어트법을 상상하며 기다리고 있는 현재의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어차피 미래에는 더 쉬운 방법으로 살을 뺄 수 있을 테니 지금 고생하면서 살을 빼야할 이유는 없는 걸까? 더 나은 기술이 나올 때까지 오늘 하루 마음 편히 먹고 마시면 되는 걸까? 답은 명확하다. 우리가 꿈꾸는 기술은 지금 당장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밖으로 나가서 땀 흘리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 이들을 위한 것이지 더 쉽게 살 빼는 방법을 찾으며 소파에 드러누워 조각 케이크를 먹고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글·오승민 체인지클리닉 원장(대한비만체형학회 학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