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한-일전의 풍경이었다.
한국은 베스트 멤버가 나오지 않았고, 일본은 수비적이었다. 그렇다고 치열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과거 한-일전이 주는 분위기와는 달랐다.
역시 양 팀을 이끄는 외국인 감독의 색깔이 아무래도 변화를 만들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원칙주의자'다. 자신이 만든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일전이 주는 역사적 의미보다 축구 자체에 집중했다. 그는 "축구는 과거의 일로 복수심을 가지고 경기 임하면 팀만의 철학을 잃게 된다"며 "한-일전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일본과 하든, 우루과이와 경기를 하든 우리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대표팀의 승률은 긍정적인 기록이 나오고 있다. 우리 것이 나오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이번 한-일전 역시 러시아월드컵으로 가기 위한 길목 중 하나였다. 무려 8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동아시안컵 개막 전부터 "모든 선수들에게 고루 기회를 주겠다"고 한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다. 분명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를 외면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완벽주의자'다. 짜놓은 계획 하에 결과까지 완벽해야 만족할 수 있다. 북한전은 '완벽주의자'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충격이었다. 그는 경기 후 일본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이렇게 준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한국전을 앞두고 그는 빠른 변화를 택했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수비만큼은 완벽하게 운용했다. 자신의 원하는 포제션 축구를 할 수 없을 바에 단시간에 가장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을 택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팀이 규율을 갖추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하다. 규율이 잡혀야 좋은 경기를 하고 아름다운 축구도 할 수 있다. 현재 여건을 고려하면 오늘 내용에 만족한다"며 "포제션 풋볼을 하기 위해선 기술과 더불어 신체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갖춰야 한다. 누구도 지기 위해 경기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수비였다"고 했다.
한-일전은 1대1로 끝났다. 원칙주의자와 완벽주의자가 이끄는 한국과 일본 대표팀은 어떻게 달라질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일 축구가 변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한-일전은 미완이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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