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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토트넘, 중심에는 '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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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손흥민 효과'라고 할 만하다.

토트넘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연승을 달리던 토트넘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최강' 맨시티와의 EPL 7라운드 홈경기에서 4대1 완승을 거뒀다. 앞서 9번의 맞대결에서 1승8패로 절대 열세에 있던 토트넘은 맨시티마저 잡으며 3연승으로 단숨에 리그 6위(승점 12·3승3무1패)까지 뛰어올랐다.

손흥민 가세 후 확 달라진 토트넘이다.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선발로 출전한 4번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개막 후 4경기에서 3골의 빈공에 허덕이던 토트넘은 손흥민이 첫 선을 보인 13일 선덜랜드전부터 3경기에서 6득점을 올렸다. 영국 언론도 손흥민 효과를 인정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9일 '프리미어리그 뉴보이(new boy)들의 성적표'라는 제하에 이적생들의 초반 활약상을 체크했다. 데일리메일이 인정한 토트넘의 '꿀영입'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영국 축구에 아주 빨리 녹아들었다'는 한줄평과 함께 '임팩트 점수' 8점을 부여했다. '한국선수로서 EPL에서 아주 훌륭한 스타트를 끊었고, 토트넘 공격라인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썼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올 시즌 젊은 선수들로 승부수를 띄웠다. 애런 레넌(28·에버턴) 로베르토 솔다도(30·비야레알) 등을 방출하고 에마누엘 아데바요르(31)를 전력 외로 분류했다. 대신 지난 시즌 부터 가능성을 보인 해리 케인(22)을 중심으로 크리스티안 에릭센, 에릭 라멜라(이상 23), 에릭 다이어(21), 델레 알리(19) 등을 중용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의 '뉴 토트넘'은 시즌 초반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안정된 수비와 달리 공격에서 엇박자를 보였다.

손흥민의 등장과 함께 포체티노 감독의 고민이 풀렸다. 포체티노 감독은 최전방 부터 섀도 스트라이커, 왼쪽, 오른쪽 날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손흥민을 적극 활용했다. 손흥민은 18일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유로파리그에서 멀티골, 20일 크리스탈팰리스와의 EPL 데뷔골 등 3골을 터뜨리며 포체티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손흥민은 맨시티전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전술적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보였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출격한 손흥민은 이후 에릭센과 수시로 포지션을 이동했다. 케인이 2선으로 자주 내려오는 틈을 이용해 과감한 전방 침투로 맨시티 수비를 괴롭혔다. 손흥민의 적극적인 침투에 발이 느린 맨시티 중앙 수비수들이 전진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손흥민의 토트넘 다득점의 숨은 주역이다.

손흥민 영입 후 토트넘이 얻은 또 하나의 효과는 엄청난 압박이다. '동갑내기'로 이루어진 손흥민-에릭센-라멜라 '92라인'과 알리, 다이어가 포진한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엄청난 활동량을 앞세워 맨시티의 특급 공격진을 무력화시켰다. 맨시티는 토트넘의 압박에 허덕이며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무한 압박을 강조하는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축구에 영향을 받은 포체티노 감독은 사우스햄턴 시절에도 과감한 압박 축구로 재미를 봤다. 비교적 활동량이 적은 무사 뎀벨레, 나세르 샤들리 등을 기용할 당시 기동력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토트넘은 손흥민의 등장과 함께 활동량 면에서 완전히 다른 팀으로 탈바꿈했다. 레버쿠젠에서 압박의 기초를 배운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선보이며 팀에 공헌했다.

젊어진 토트넘, 중심에는 손흥민이 있다. 절대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 아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